(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탈핵(탈핵에너지)'의 사회적 공론화가 안 되는 이유가 당국의 졸속 행정에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는 월성1호기·고리1호기 등 노후원자력발전소의 수명연장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제기된 주장이라 더욱 이목을 끈다.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공동위원장 김제남, 조승수)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1호기 수명연장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가 졸속심의를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정부 산하의 원자력 규제기관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회의 자료가 불과 이틀 전에 전달되고, 특정장소에서만 열람을 허용하는 등 원안위 위원들의 자료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고, 회의 의사진행 및 의사결정 과정을 방해하는 등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조속히 결정하려는 원안위 사무처의 월권행위와 비민주적 운영방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 만큼 원안위가 역사적·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철저하고 면밀하게 검증하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수명연장 심의중인 월성1호기 인근 지역주민들은 서울 지역 대비 30배나 높은 삼중수소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월성1호기 인근의 갑성선암 발병률은 다른 지역보다 높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있었던 '월성1호기 폐로냐 수명연장이냐' 토론회에 참석한 한 지역주민은 "우리도 제대로 된 공기로 숨 쉬고 살고 싶다.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왜 우리만 삼중수소를 마시고 불안에 떨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원안위는 오는 30일에도 월성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간담회는 회의록, 속기록 등 회의 내용이 남지 않기 때문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원자력발전소(원전) 문제에 대한 심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저변에는 탈핵의 사회적 공론화를 막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실제 정부 산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사공위)'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하고, 나아가 원전 확대를 반대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수의 홍보물을 통해 원전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공위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 원동력 가운데 핵심은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이라며 "원전이 멈추면 전력대란이 온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홍보영상을 지난해 공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광고홍보예산으로만 전체 예산의 4분의 1(1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와 사공위가) 원전의 긍정성을 어필하면서 원전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문제들을 자연스레 숨기고 있다"며 "탈핵에 대한 논의 없이 공론화를 운운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원전은 계속 짓겠다면서 공론화위원회 같은 조직만 만드는 건 정부의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전 위험,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를 주최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월성1호기, 고리1호기 등 노후 원전 폐쇄, 신규 원전 건설 포기 등을 요구하는 '대국민 요구서'를 채택하고, "국민 의사를 무시하고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위험 유발 상황이 발견될 경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사임까지 무한연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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