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곽제복 씨, ˝이제는 집에서 출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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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곽제복 씨, ˝이제는 집에서 출근하고 싶습니다˝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1.29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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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인사논란 끝은?③〉˝척추 부러져 병가 휴직 냈는데 연장 거부. CFT 발령땐 면담 한 마디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CFT부서로 발령 나면서 고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그런데도 아직 여기에 있다는 건 좀 불합리하지 않나…"

곽제복 씨는 집과 약 150㎞나 떨어진 곳으로 출근을 한다. 매일 할 수 없으니 주말에만 집에 들르는 식으로 지낸다. 이런 생활이 벌써 4년 째.

지난해 그는 본사 소속으로 바뀌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길 은근히 기대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더 멀어졌다.

그의 현재 근무지는 전북 진안지사다. 22년이나 근무했던 충북 지역 전화국에서 체임 발령을 받아 지난 2005년 전북 남원과 충북 영동을 거쳐 이듬해 4월 전북 전주지점의 영업직으로 떨어졌다. 그 뒤 8년만에 내려진 발령지가 전북 진안이다.

곽 씨는 과거 청주 강서지점에 근무하면서 5년간 노조 지부장을 지냈다. 겸직으로 전국 대의원도 2년간 했다. 그는 직원들의 신임을 얻었다 생각하고 자의반 타의반 지역 위원장에 출마했다가 패배했다.

지부장을 지낼 때만 해도 아무말 않던 KT는 그가 선거에서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남원, 전주 등으로 체임 발령을 내버린 것이다.

▲ 근로산업공단의 재해조사복명서에 나타난 그의 부당 발령 ⓒKT노동인권센터

22년 동안 현장직…한 순간에 영업직 전환

KT는 입사한 이래 케이블만 들여다 본 현장직 베테랑을 연고도 없는 지역의 영업부서로 발령했다. 게다가 담당관할구역도 받지 못해 관리고객이 없었다. 함께 발령 받았던 사무직원이 전임자에게서 업무를 인계받은 것과 대조된다.

그는 관할구역이 없다는 이유로 e-kmss도 사용할 수 없었다. e-kmss는 지역 영업에 필요한 업무 시스템으로 직원들이 업무내용을 입력하거나 지역 영업 정보가 기록된 중요한 시스템이다. 

곽 씨는 사측의 부당한 대우와 비연고지 영업활동의 어려움을 느끼고 현장직 재배치 등 건의서, 소명서, 이의신청서를 팀장과 지사장에게 보냈지만 검토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됐다.

결국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적응장애'진단을 받고 2년 간 요양치료를 받았다.

이 마저도 곽 씨와 그의 가족이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 재해조사복명서를 받은 뒤에야 이뤄진 것이다.

산재 후 사측의 처우는 더 나빠졌다.

그는 "복귀 날짜는 다가오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전주로 가면 그때까지 받은 치료가 무의미하게 되니까 집 근처로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지만 모두 묵살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당시 이뤄졌던 조직 개편 때문에 그는 다시 현장직으로 발령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배려 차원에서 옮겨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참이 지나서 조직 개편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장직으로 보냈다는걸 알게 됐다.

곽 씨는 그렇게 4년을 주중에는 전주에서, 주말에는 청주집에서 보내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는 사택도 받지 못해 '민생경제연구소'라는 사회단체가 마련해준 곳에서 거주했다. 사무실 한 켠에 딸린 작은 숙직실 같은 곳으로 보일러가 없어 겨울에는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 곽제복 씨는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후 병가 휴직 연기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노동인권센터

그러던 중 2013년 2월 18일 새벽 5시 캄캄한 새벽, 전주로 향하는 출근 길에서 차량이 뒤집히는 대형 사고를 겪었다.

곽 씨는 "출발한 지 40분 쯤 지나서 사고가 나 119에 실려갔다"며 "7번 척추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4개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누가봐도 대형사고인데 그는 7개월만에 다시 전주로 출근해야했다. 1년까지 연기되는 병가휴직을 사측은 6개월만에 거부했다. 그는 장애진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CFT행…근무지 더 멀어져

KT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대규모로 이뤄진 명예퇴직 과정에서 곽 씨는 한 차례의 면담도 없이 CFT(Cross Fuction Team, 업무지원팀)로 옮겨졌다.

그는 "제 이력을 보고 면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해서 그런지 안 하더라. 정말 한 마디 말도 없이 CFT로 발령이 난 상황"이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사실 그는 이번 CFT발령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했다.

기존 근무지인 전주지사는 청주지사와 지역 본부가 달라 본부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만 근무지를 옮길 수 있었다.

반면, CFT는 근무지만 다를 뿐 모두 본사소속이라 지역에 관계없이 직원을 배치할 수 있다. 업무도 충북이나 전북이나 대동소이 하다.

하지만 그는 기존 근무지에서 40여㎞ 더 떨어진 진안으로 가게 됐다.

곽 씨는 "지금 CFT가 오히려 나한테는 고향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것 마저 되지 않고 있다"며 "충북 지역으로 옮겼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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