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했다는 것에 부정할 나라가 얼마나 될까. 미국과 G2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20년 전만 해도 후진국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 국가를 방문하지 못할 시절, 정해훈 대한언론인총연합회 회장은 KBS 북방전문기자로 중국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정 회장은 중국을 본 후 자신의 인생 로드맵이 순식간에 바뀔 정도로 ‘충격’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을 처음 본 북방전문기자의 생각은 어땠을까. 정 회장은 ‘글로벌 한국, 대중국 전략과 한국정치전망’이라는 주제로 지난 10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 강의를 시작했다.
“1989년 홍콩에서 심천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중국에 도착해서 본 풍경은 인민군이 고무신을 신고 책상에 발을 올리고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저 자고 있는 대륙을 공략해야 한다’였다. 그날부터 나의 인생의 노선도 바뀌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을 미리 알아봤다.
1992년 초에 과감하게 KBS를 나왔다. KBS 좋은 회사다. 잘릴 일도 없고 연차 쌓이면 돈도 많이 번다. 여기 있다가 이동할 자회사도 많고 계열사도 많다. 하지만 내가 갈 길은 대륙이라고 생각했다. KBS를 퇴사한 후 본격적으로 중국에 집중했다. <북방저널>이라는 잡지도 만들었다. 창간 첫 표지는 레닌의 동상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최초의 북방전문기자였던 정 회장은 ‘북방정책’이 획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북방정책은 노태우 정권의 공산권 외교정책으로 중국·소련·동유럽국가·기타 사회주의국가 및 북한을 대상으로 수교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려고 할 때 우리정부의 대처는 어땠을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체적인 평가는 그렇게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북방정책은 정말 획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북방정책은 위대한 정책이다. 한국을 바꾼 정책이다. 북방정책이 있기 전까진 사회주의 국가와의 교류는 ‘전무’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에 방문하려고 하면 허가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 물적·인적 교류도 없었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문호가 개방됐다. 그 전엔 ‘반쪽 글로벌’이었다. 북방정책으로 성공적인 글로벌 정책을 세울 수 있었다. 북방정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1997년 IMF를 극복할 수 없었고 2008년 금융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노태우 정부 때 개최한 88올림픽 동방진영과 서방진영을 화합하는 상징적인 축제였다고 설명했다. 88올림픽 이후로 서로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88올림픽은 이전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서방진영과 소련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동방진영으로 구분했다. 그런 대립 관계를 서울올림픽이 화합을 시켰다. 전세계가 하나가 되게 만든 것이 서울올림픽이다. 국제적으로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88올림픽의 숨은 뜻은 모스코바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서 평양으로간다는 것이었다. 남북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의 반쪽짜리 치욕적인 역사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내놓은 대통령은 없다. 그 이후로 사실상 북방정책은 끊겼다. 북방정책을 내세우고 실시한 것은 높게 산다. 이제 신(新)북방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우리나라 덕분에 발전한, ‘win-win관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그 이후로 우리도 중국 덕을 봤지만 중국도 우리 때문에 많이 발전했다. 중국의 핵심 기술이 어디서 났느냐.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과 기술 좋은 중소기업 공장들이 중국에 있다. 미국, 일본 같은 나라는 기술을 절대 함부로 다른 나라에게 쉽게 이양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알아내려고 몇십 년 걸렸다. 그렇게 피땀 흘려 가져온 기술을 그냥 국가 통제도 없이 중국에 줬다. 이런 부분은 참 한심스럽다.
중국은 한국의 기술이 아니었다면 근대화가 불가능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중국은 초토화됐다. 1992년 수교 전후로 우리나라의 기술이 중국으로 막 들어갔다. 중국 근대화 1등 공신은 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지도부도 이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관계를 100% 활용해야 한다.”
강의 마무리에 들어선 정 회장은 현 정치를 진단했다. 정 회장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정치권을 지켜보면서 참모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였다.
“내가 대선 판에서 3번 있어봤다. 대선 판에 있으면 진짜 정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어느 정도 정치가 보인다.
‘카리스마 정치’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끝났다. 이제는 두뇌싸움이다. 대선 주자로 나선 사람들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아무나 하면 안 된다. 국가를 움직이는 자리다. 또 조직과 두뇌로 판을 만들 수 있고, 얼마든지 대통령을 당선시킬 수 있다. 이미 선진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다.
차기 대권은 ‘춘추정국시대’다. 여야를 짚어봐라. 대선 주자로 누가 있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 등 대권 주자들은 다 비등비등하다.
작년 대선 때 이런 얘기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되면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고, 문재인 대표가 되면 노무현 시대로 돌아간다. 장단점이 있는 구도다. 차기 대선에는 이런 이야기 나올 일이 없다. 그럼 누가 유리하느냐. 궁금한 사람은 따로 이야기해주겠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