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자기 목소리 냈지만 메아리가 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안철수는 고독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선뜻 말을 건네지 않았고, 그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총회가 있었던 국회 본청 246호에서 기자가 바라본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외로운 남자'였다.
무엇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고독하게 만들었나. <시사오늘>이 짚어봤다.
이종걸 당선 찰나(刹那), 문재인은 웃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다소 이른 시각에 의원총회에 도착했다. 문 대표가 지정된 자리에 앉자 이내 카메라 기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문 대표는 입술을 지그시 다물고 그를 향한 '검은 눈(렌즈)'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 파행 등 잇따른 악재 탓일까, 그는 고민이 많아 보였고, 지쳐있었다.
지각한 우윤근 전 원내대표가 헐레벌떡 달려와 그의 옆자리를 채우기 전까지, 문 대표는 줄곧 혼자였다. 아무도 그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석현 의원과 잠시 악수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농담을 건네며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다른 의원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의원총회는 새정치연합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원내사령탑을 뽑기 위한 의총이었다. 판세는 친노(친노무현) 최재성 의원과 비노 이종걸 의원의 양강 구도였고, 이 의원이 전체 127표 중 66표를 획득해 61표를 얻은 최 의원을 꺾고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계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결과를 두고 앞으로 이 원내대표가 친노 수장이라 불리는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노의 친노 견제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고 이석현 선관위원장이 입을 뗀 찰나(刹那), 문 대표는 웃지 않았다. <시사오늘>이 포착한 문 대표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바닥에 있던 물병을 집어 들고 목을 축이고 나서야 입꼬리를 올렸다.
문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든든하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는 외롭다
"말이 도통 없는 사람이야. 나는 당대표도 했던 양반이 저러면 되겠냐는 생각도 들어. 야당 의원이면 야당답게 행동해야지. 아직도 자기가 기업CEO인 것처럼 말이야. 말도 먼저 걸고 식사도 좀 사고 그래야 되지 않겠어?"
지난 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늘 저렇게 조용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가 대답했다.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답한 '우스갯소리'였지만 뼈가 있었다.
안 의원은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원내대표 추대 제안을 위한 문재인 대표와의 긴급회동',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 비판 성명' 등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위기에 빠진 문 대표를 흔드는 동시에 자신의 입지를 확장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튀는 모습을 보였지만, 누구도 공감하지 않았다. 되레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안 의원의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 비판 성명'에 대해 "성명을 내기 전에 그동안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의) 경과를 파악했다면 오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목소리를 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의총에서 본 안 의원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한명숙 의원, 박지원 의원 등이 그를 사이에 두고 농을 주고받으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지만, 안 의원은 가만히 미소만 지을 뿐,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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