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현재까지 사망자 11명, 감염 확진자 126명을 낳은 공포의 전염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전국을 강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초·중·고 휴교령에 이어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마저 발길을 뚝 끊은 상태다.
이에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일제히 할인 행사에 돌입해 지지부진하던 매출을 조금씩 회복하려 애쓰는 눈치다.
백화점·마트·면세점 등 방문객 90% 감소세…극장 상영관도 '텅텅'
지난 10일 본지 기자는 메르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했던 건국대학교병원이 위치한 건대입구로 향했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각자 저마다 가는 길이 있었지만 점심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유동인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 메르스 여파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지 싶었다.
곧바로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화장품과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1층부터 식당가가 자리한 10층까지 다녀봤지만, 전 층에 있는 방문객을 합해도 30명이 채 되지 않아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한산했다.
그만큼 백화점을 방문하는 사람들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셈이다. 더욱이 당시 백화점 내 여성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숙녀복·아동복 등 패션의류 매장에서는 최대 30% 세일을 진행하고 있었음에도 직원만 보일 뿐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가 내 음식점에도 많아야 한 두 테이블에만 사람이 차있을 뿐이었다.
40대 여성 고객 임모 씨는 “건대 쪽에서 환자가 나왔다니 밖에 돌아다니기도 무섭다”라며 “요즘 메르스 때문에 외식도 잘 안 하고 집에서 주로 해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백화점 인근 상권과 대형마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각은 2~3시로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층 사람들이 한창 모일 시간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의류와 신발 브랜드들이 즐비한 상권임에도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몇몇 커피숍으로 더위를 피했을 뿐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모습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대형마트는 백화점보다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었다. 오후 4~5시경에는 저녁을 준비하려는 주부 고객들이 장을 보기위해 일제히 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몰려든 것. 그러나 어디에서도 판촉행사를 펼치는 모습을 목격하긴 힘들었다. 계산대 역시 듬성듬성 비어있기도 했다.
한 마트 직원은 “그나마 오늘은 어제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메르스 때문인지 어제까지 사람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와주셔서 한시름 놨다”고 안도했다.
타 지역 대형마트의 경우 더욱 심했다. 메르스 피해가 덜한 노원구의 모 대형마트도 매장 피크 시간대인 오후 2~6시까지 계산대가 4대 남짓에 머물렀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판촉행사는 물론이고, 매장 곳곳에는 직원들만 즐비할 뿐 사람들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극장은 더욱 심했다. 최근 상영관 내에서 메르스가 전염될 우려가 높다는 얘기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극장을 찾는 관람객이 대폭 감소한 것.
건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모 극장에는 10여명 남짓의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다. 평소엔 주전부리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지만, 이날엔 3~4명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예매율 역시 초라했다. 이날 오후 예매율은 빈 좌석이 100여개가 남아있을 정도로 적은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위권에 랭크된 영화 9편 모두가 큰 폭의 관객 감소율을 보였다. 최소 20%에서 최대 60% 이상의 폭으로 관객이 감소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15세 이하 연령층 혹은 가족관객 대상의 영화들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 네티즌은 “전부터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메르스 감염환자가 극장에 다녀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서 못 가겠다”며 “메르스 사태 하루빨리 사라지길 기도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반면, 개봉 전부터 흥행 돌풍을 예고했던 <쥬라기 월드>의 경우 지난 11일 메르스 공포를 물리치고 상영 첫 날 27만 명을 동원하는 등 예매율 1위에 올라서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면세점도 메르스 사태를 피해갈 순 없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롯데월드몰 내 면세점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메르스가 휩쓸고 간 이날엔 유커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국내 화장품 매장에도 파리만 날릴 뿐이었다.
여름특수 누리려던 유통가 '울상'…온라인몰 활성화가 '답'
국내 브랜드 화장품 매장 직원은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 방문이 뚝 끊겼다”며 “거의 90% 가량 매출이 하락하면서 만만찮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염려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여름 특수를 누리려던 유통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를 맞으면서 좀처럼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며 “이에 각 업체들이 각종 할인 이벤트를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르스가 한풀 꺾일 때까지는 온라인몰 행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