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정원 해킹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 임 모 씨(45)이 남긴 유서는 확산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가 어떤 상황에서 택한 결정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나, 그저 고인의 죽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이 이해할 수 없는 성명을 내놓아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19일 "고인은 유서에서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죽음으로 증언한 이 유서 내용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왜 그 직원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묻고 또 묻고 있으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서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하지만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우리 국정원도 모른다'니, 이치에 맞지 않는 대목입니다. 과연 이들에게 '유서를 글자 그대로 믿으라' 말할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국정원은 숨진 직원의 생전 근무처이기에 앞서, '국가기관'입니다. "죽음으로 증언한 내용을 믿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해킹 의혹'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는 게 우선입니다.
'정보기관'임을 포기하라는 뜻이냐고요? 아닙니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임을 입증하라는 의미입니다. '카카오톡' 등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선이 있던 해에 외국으로부터 구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정원은 이에 대한 해명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댓글 사건' 전력이 있으니까요.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정보기관'이 '정보기관'입니까?
또한, 이번 '해킹 의혹' 핵심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직원을 적극 보호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도 국정원은 유서를 믿으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간 국정원 직원들은 민감한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는 국정원은 '사용자'로 낙제점입니다.
죽기 직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임 씨의 행위를 방지 못했다는 점도 국정원의 실착입니다. 세상 천지 어떤 정보기관이 국가 기밀자료를 개인 임의로 삭제할 수 있게 방치하는지 의문입니다.
박근혜, "국민 중심 정치하겠다"…국민 10명 중 6명, '국정원 신뢰할 수 없다'
여당은 국정원의 이해할 수 없는 성명에 이상하리만치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의 유서를 보면 사찰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컸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고, "국가 안위를 위해서 해킹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여론의 눈총을 샀던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이에 대한 일체 언급을 피했습니다.
정부여당은 민심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국민을 대상으로 해킹한 적 없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믿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500명 가운데 58.2%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고,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1.4%에 불과했습니다.
또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9일 공개한 자료에서도,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58.1%가 '국민사찰 의혹이 있다'고 응답했고, 28.1%만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새누리당 지도부와 가진 회동에서 "국민 중심의 정치를 꼭 이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납득 가능한 해명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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