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2015년도 국정감사(국감)가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여의도 국회가 대기업 대관팀(CR팀, 미래전략기획실 등)들의 연이은 방문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보좌관은 "국회가 대관팀에게 점령됐다"고 표현할 정도.
올해 국감에는 거물급 기업인들의 증인출석 여부로 인해 유난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는 '메르스 사태'를 증폭시킨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그리고 '형제의 난' 롯데 사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책임을 묻고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불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신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산자위가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보복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난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메르스 사태뿐만 아니라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며 "무리 없이 증인 채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 회장의 경우, 정무위 소속 야당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최근 "롯데 총수일가 증인신청은 불가피하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들어 해당 대기업 대관팀들의 국회 방문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자기업 총수가 국감 증인대에 서서 국민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망신을 사는 일만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상부 지시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 대관팀이란 정부 각 부처·국회 등을 출입해, 기업 활동과 밀접한 정책·법안 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필요할 경우 로비까지 벌이는 조직이다.
대관팀은 주로 국회 의원회관을 직접 찾거나 국회 근처 음식점 등에서 의원 보좌진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여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음식점이나 호텔 등으로 보좌진을 '모시고' 있다는 후문. 국회 주변은 보는 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정무위 소속 의원의 한 비서관은 지난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국감 시즌 때마다 대관팀들의 접촉 횟수가 늘어나는 편인데, 올해 유독 대관팀들이 연락을 자주 한다"며 "국회에는 기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여의도에서 멀리 떨어진 강남 등으로 데려가기도 한다"고 했다.
야권의 한 핵심 당직자는 16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국회가 대관팀에 점령당했다"고 말했다.
"국감, 추석 이후로 미루자"…삼성·롯데 로비 영향?
정치권이 당초 9월 초·중순으로 예정됐던 2015년도 국정감사 일정을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기업 대관팀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9대 국회 국정감사는 4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충실하게 해야 한다"며 "추석 전에는 힘들고 추석 후에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의원들이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수혜를 입고자 국감 일정 연기를 시도하려한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나, 일각에서는 그 배경에 기업 대관팀들의 로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자기업 총수의 국감 증인 출석이 유력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국감을 미루는 게 유리하다. 그만큼 의원들 질의에 철저하게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연기된 틈을 이용해 기업 총수가 증인대에 서지 않는 방향으로 대(對) 국회 로비를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던 전직 보좌관은 최근 지난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 경험상 만약 국감 일정이 연기된다면 그건 대관팀 로비 때문일 것"이라며 "일단 국감이 미뤄지면 각 기업들은 추석 연휴 내내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기업 총수가 증인대에 서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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