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원인은 '안철수 리더십의 총체적 실종'"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2년 대선에서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뒷얘기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최측근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상황 실장이었던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18일 발간한 자신의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안철수 캠프가 실패한 중요한 원인은 '강박적 보안 걱정'과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관여한 '비공식 기구"라며 "박 원장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안 후보와 비공개 회합을 가지면서 선거운동의 세부적인 사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금 변호사는 "안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는 정치에 대한 허탈과 무관심으로 이어졌다"며 "적어도 지지자들에게 (사퇴를) 묻는 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도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합당이 아니다. 안 의원 개인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입당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안철수 캠프가 실패한 까닭이 안 의원의 소통 부족에 있다는 것. 나아가 대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 의원의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책임도 안 의원에게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금 변호사의 주장은 지난 1월 안 의원의 최측근 4인(강동호 前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 오창훈 前 안철수 진심캠프 소속, 정연정 前 안철수 진심캠프 정치혁신위원, 강연재 前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이 공동저자로 출간한 <안철수는 왜?>에 담긴 내용과 일부분 배치된다.
이들은 <안철수는 왜?>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나는 나 자신의 정치를 계속하겠다. 민주당과 같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 이제 민주당을 잡아먹겠다"는 안 의원의 말을 담았다.
또한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사퇴 직후에는 '이번 대선은 자기들에게 맡겨 놔라' 식이었다가 지지율이 많이 밀리기 시작하니까 안철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그냥 문재인 선거 운동 일정에 맞춰 손잡고 다니며 얼굴마담 해달라는 식이었다"며 매끄럽지 못했던 단일화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문 대표 측에 돌리기도 했다.
'엇박자' 安 최측근, 왜?
안 의원의 최측근들이 이처럼 '엇박자'를 보이고 까닭은 무엇일까.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7·30재보궐선거에서 안 의원에게 버림받은 인사다.
금 변호사는 서울 동작을 지역 출마를 원했으나, 안 의원은 기동민 전 서울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기 전 정무부시장은 당초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기 전 정무부시장을 서울로 불러들였고,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의원을 꽂았다. 이는 박 시장이 호남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염려한 안 의원의 '견제책'이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이후 새정치연합 대변인이었던 금 변호사는 돌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 의원과 연락을 하고 있지 않고, 만날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는 왜?>는 안 의원과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발간됐다.
책이 발간된 시점은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2·8전당대회가 치러지기 1달 전이었고, 당시 정계에서는 '안철수가 문재인 바지를 잡아끌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안 의원은 지난 1월 5일 "책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공동저자 4인과) 사전에 상의한 적이 없다. 지금 당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난 대선에 대한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버림받은 금 변호사는 안 의원을 저격하고, 최측근 4인은 안 의원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민감한 내용을 담은 책을 발간한 것.
이처럼 측근들이 보이고 있는 '엇박자'의 근본 원인은 결국 '안철수 리더십의 실종'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람 관리를 못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창당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장관은 민주당과의 합당이 이뤄졌을 당시 "안철수 의원이 합당하는 줄도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또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는 "(안 의원이) 앞으로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신당창당 준비과정에서 러브콜을 보냈던 한 중진 의원은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은 '나를 위해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나는 그때 안 의원의 말을 다른 누굴 위해서가 아닌 본인만을 위해서 정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신당에 가지 않았고,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안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9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금 변호사는 책까지 내면서 안 의원을 저격하고 있고, 측근 4인은 안 의원의 허락도 안 받고 대선 단일화 막후를 공개했다. 그야말로 '안철수 리더십의 총체적 실종'"이라며 "돌이켜보면 안 의원이 정계에 입문했을 당시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 그의 곁을 떠났다. 안 의원이 앞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사람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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