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신당 창당보다 비노 세력 강화에 '무게'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추석 이전 비주류 회동 갖는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파열음이 천둥처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천정배가 조만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겠다고 선언했고, 호남의 박주선은 추석 전 탈당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안철수가 '정풍 운동'을 주장하고 있고, '손학규 등판'이 가시화되는 눈치다.
그리고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는 박영선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친노(친노무현)계와 사실상 결별하면서 오랜 정치적 부침을 겪던 그가, 최근 들어 비주류 진영 결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사오늘>이 그 배경을 짚어본다.
문재인에게 직격탄 날린 안철수, 배후는 박영선?
안철수 의원은 지난 2일 한 좌담회에서 "혁신안에는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가 거의 없다. 혁신은 실패했다"며 "정풍 운동,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야당 바로 세우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문재인 대표가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는 문 대표가 친노-비노 간 계파 갈등을 봉합시킴으로써 분당론에 휩싸인 당을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최종병기'다.
또 한반도 신경제지도에서는 집권플랜 공개를 통해 리더십 실종이라는 당 안팎의 평가를 희석시키고, 차기 대권으로 가는 포석을 마련하려는 문 대표의 의중이 엿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혁신안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안 의원의 발언은 곧 문 대표를 겨냥한 직격탄이자, 나아가 '분당론' 제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계에는 문 대표를 향한 안 의원의 직격탄 배후에 박영선 의원이 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이 포문을 연 시점이 지난달 29일 박 의원의 북 콘서트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단일화 과정에 대해) 당시 민주통합당에 입당 의사를 전달했었다. 내가 한마디만 더하면 큰일 난다"며 문 대표를 공격했다. 박 의원 역시 같은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문 대표가 단식을 해서 부담스러웠다"며 거들었다.
안 의원과 박 의원이 그간 여러 토론회, 좌담회 등을 함께 했음을 감안하면, 그들은 사전 논의를 거친 후 입을 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와 손잡고 손학규에 손 내미는 박영선
朴, 중도신당 창당보다 비노 세력 강화에 '무게'…"안철수·손학규 러브콜은 '얼굴마담' 찾기"
이처럼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은 박영선 의원은 이어 손학규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KBS<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손학규 전 대표가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던진 메시지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5년 9월에도 그것이 유효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중도신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박 의원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발맞춰 문재인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손학규 등판론을 거론하는 기저에 중도신당이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과 행보를 같이 하면서 '천정배 창당-손학규 등판-안철수 탈당'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떠돈다. 이른바 '안철수-손학규 연대론'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또 한편의 여의도발(發) 소설일 공산이 크다. 정계에서는 박 의원의 행보를 중도신당을 위한 포석보다 비노계 재도약을 위한 몸부림으로 읽는 게 주된 분석이다. 박 의원이 당내 비주류 대표로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것.
새정치연합 비주류는 현재 정계은퇴 기로에 선 상황이다. 7·30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파문 이후 핵심에서 밀려났고, 2·8 전당대회에서 친노에게 패배하면서 당장 차기 총선 공천마저 불투명한 처지다. 더욱이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 수장들은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연루돼 주변 챙기기는커녕 제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
이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활동이 자유로운 박 의원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비주류 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속한 박지원계는 물론, 김한길계·안철수계와 친분이 두텁고 일부 범친노계 의원들과도 교류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무려 103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등의환수및피해구제에관한법률안)'에 공동발의자로 함께 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이 중도신당을 모색한다는 풍문은 억측에 불과하다. 아마 박 의원 스스로도 중도신당의 한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세가 급격히 약화된 비주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박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밀리면 비주류 대부분이 정계은퇴 기로에 설 텐데 박 의원도 그중 하나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의원은 비노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호남권 인사들과도 잘 알고 있고, 김한길계, 범친노계와도 교류가 잦은 편이다. 비주류를 다시 결집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며 "아마 직접 나서긴 부담스러운 비주류 수장들이 박 의원에게 SOS를 보냈을 거다. 안철수나 손학규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는 비주류 얼굴마담을 구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추석 이전 비주류 회동 갖는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진영이 박영선 의원 주도 하에 머잖아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후문도 있다.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비주류 측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장소와 일시까지 거론하면서 비주류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참석자들의 실명을 말하긴 어렵지만, 박 의원이 비주류 진영 회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4·19민주묘지나 국립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는 형식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추석 이전에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천정배 신당이 가시화되고 있으니 이에 보폭을 맞추면서 적절히 지도부를 견제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국립5.18민주묘지는 이해가 가지만 국립4·19민주묘지는 생뚱맞다'고 기자가 묻자, 그는 "그곳은 올해 초 손학규 전 대표가 찾았던 곳"이라고 귀띔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의 흙집에 머물고 있는 손 전 대표는 지난 4월 18일 돌연 상경, 지인 몇 명과 함께 서울 수유리에 위치한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 측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현재 지역구 행사 외에는 특별하게 예정된 일정이 없다. 국정감사로 바쁘다"며 "의원께서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았을 수는 있다. 그건 의원실에서도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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