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장대한 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을 선점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그들이 내 놓은 골목상권 상생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지역 상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대기업들은 면세점을 따내기 위해 주변 상권을 언급하며 ‘사회공헌’에 힘을 쏟으려 하고 있지만 막상 상점 주인들에겐 ‘눈 가리고 아웅 식’ 정책에 우리에게 이득 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기업들은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외치며 면세점 따내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신세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 인접한 남대문 상권 회복에 중점을 뒀다. 반면 두산과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을 거점으로 잡았다. 두 기업은 명동에 이어 2번째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 시내 면세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두 상권의 공통점이 있다면 중국인 관광객(이하 유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마다 유커 유입이 증가 추세를 보이며 면세점은 최대 수혜지로 거듭날 확률이 높아졌다. 이에 업계는 주변 상권도 활성화될 확률도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까지 서울 시내 대표 시장 격인 ‘남대문’과 ‘동대문’이 면세점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10월 27일 <시사오늘>은 두 곳을 찾아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오전 10시쯤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롯데피트인·밀레오레 등 소매이 상가들 내 상점들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두타 매장을 한 바퀴 돌아봤을 때쯤 유커 관광객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동대문은 명동 상권에 이어 유커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진 만큼 관련업계는 면세점 입점에 성공한다면 매장 내 손님들도 늘 것으로 예상했다.
두타 1층의 한 여성의류 매장 운영자는 “지금도 예전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구경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이곳에 면세점이 들어선다면 훨씬 더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물 내 몇몇 상인들은 면세점이 들어와 상권에 활기를 넣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들의 희망은 오로지 ‘유커’임을 알 수 있었다.
같은 건물 내 남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주인 B씨도 “동대문에서 15년 가까이 옷가게를 하고 있지만 매출이 눈에 띄게 오른 적이 없다”며 “그나마 요즘 유커 덕을 좀 보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이라도 생기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일각에선 일반 상점은 그대로일 뿐 전통시장 내 위치한 ‘먹거리 장터’ 매출은 호조를 띌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남대문 시장 곳곳에 위치한 분식점들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선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면세점으로 거둬들인 수익금을 몇 천 억씩 사회에 환원한다 해도 인근 상인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에서다.
또한 대기업 유치 경쟁이 과열된 상태에서 서로 견제하기 위한 일시적인 공약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주변 상권과의 ‘상생 공약’을 내건 대기업에 대해 일부 동대문 평화시장 내 상점 주인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 십년 평화시장 터전을 지켜온 상점 주인은 “우리는 이곳에서 수 십년 일해 번 돈으로 자식들 키우면서 살아왔다”면서 “대기업들은 뭐 할 때 마다 매일같이 시장 상권 보호한다는 명목만 내세우지 실질적으로 우리한테 도움준 일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면세점이 들어온다 한들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겠지 우리한테 뭐 하나 떨어지겠느냐”면서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관광객들 붐비면 주변 먹거리 장터만 장사가 잘 것”이라며 푸념했다.
<미니인터뷰>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일본식 미니면세점 도입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지역상권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 폭도 넓히려면 재벌 특권 내려놓게 해야
대기업들의 면세점 사업 진출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방지하고 상생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 방안으로 일본식 미니면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0월 19일 롯데 면세점 특허권 연장 반대 성명서를 통해 "일부 대기업이 특혜로 독점하는 잘못된 경제구조를 소상공인 중심의 건전한 경제구조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미니 면세점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해 줄 것"을 촉구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도 10월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미니면세점 제도를 도입해 관광사업의 수혜가 재벌 대기업이 아닌 지역상권으로 이전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위 연구위원은 "일본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관광객들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미니면세점을 1만8700개 넘게 갖고 있다"며 "면세점 사업은 대기업들이 큰 빌딩을 짓고 모든 것을 안에다 구비해야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왜 대기업이 아니면 면세점을 할 수 없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재벌이 해온 사업을 소상공인들도 영위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대기업들이 사업권을 유치하기 위해 일회성 사회환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여론 무마용 사회환원은 장기적으로도 소상공인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 연구위원은 "일본식 미니면세점은 관광산업 발전은 물론 소상공인들이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재벌 대기업이 꽉 쥐고 있는 특혜를 지역상권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역마다 면세점 특화 거리를 조성하면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 "며 "소비자들, 국민들 전체에도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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