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현재 대한민국은 소위 ‘권력’을 주무르는 정재계 곳곳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비리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씌우고 있다. 이 중심에는 권력과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이 역학적으로 얽혀 있다. 올해 2번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면세점 입찰에도 정부와 해당 업체 간에 각종 유착 의혹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의혹인 만큼 100% 확인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100% 부정하기도 어렵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7월 발표된 1차 입찰 과정에서는 관세청이, 11월 초에 발표 예정인 2차에는 현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정부사업이다.
심사위원 참여 관세청 직원 외부와 연락 포착
지난 7월 10일 관세청은 신규 면세사업자로 서울지역 대기업군 일반입찰에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를 선정했다. 중소·중견기업군 1곳에는 SM면세점이 뽑혔다.
이번 신규 시내면세점은 8조원 규모로 알려지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칭하며 큰 관심을 받아왔다.
문제는 심사결과 발표에 앞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관세청 직원이 외부와 연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관세청의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 됐던 것이다.
심사당일 관세청 내부직원의 비상연락용 전화를 통해 외부와 통화한 기록이 250여건인 것으로 국회 의원들에게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시내면세점 심사결과에 대한 사전 유출 의혹은 심사결과를 발표하기 6시간여 전인 오전 10시30분께부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가 상승제한폭인 30%까지 폭등하면서 제기됐다.
앞서 시장에서는 심사결과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것이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관세청은 자체감사를 벌인 결과 일부 직원이 합숙과정에서 비상용 휴대전화로 외부인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해당 관세청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조사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는 “사전 정보유출 관련 조사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김낙회 관세청장, 접수기간에 한화근무 고교동창 조우
하지만 진짜 의혹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지난 10월 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낙회 관세청장이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를 만난 것을 실토한 것이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추궁에 김낙회 관세청장은 “만난 사람은 친구다. 한화씨앤씨에서 근무하고 있다. 친구로서 점심먹자로 해서 한 번 만났다”고 밝혔다.
만난 시기는 3월이다. 서류접수기간이 2월2일부터 6월1일까지로, 서류접수 기간 중에 만난 것이다.
홍종학 의원에 따르면 김낙회 청장은 3월12일에는 기획재정부 전직자 모임에서 이상조 한화 전무를, 다음날인 3월13일에는 청주고등학교 동창인 김기한 한화S&C 상무를 만났다. 면세점 접수기간에 연이어 2차례에 걸쳐 한화 관계자를 만났다.
김낙회 청장은 면세점 접수기간에 다른 대기업 관련자는 만나지 않았다.
평가기준이나 심사 등 면세점 입찰과 관련된 사전 정보유출 의혹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김 청장은 “(만난 친구가) 한화가 면세점 사업을 하겠다라는 의사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그 후 특허심사위원회에서 평가심사표가 변경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 사실 (만난 것)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청장은 또 “만나서 이야기 하는 과정에 한화가 면세점 사업을 계획 중이다고 해서, 그건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평가표의 평가기준에 의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니까 그에 맞게 사업 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코멘트 했다”고 설명했다.
홍종학 의원은 “한화에게 유리하게 평가기준표가 바뀐 것 아니냐”고 다그치자, 김낙회 청장은 “바뀐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은 재차 “한화에게 유리하게 평가점수가 바뀐 거 아니냐”고 묻자, 김 청장은 “한화에게 유리하게 해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항상 재벌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관세청장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면서 “심사 결과 발표 당인 오전에 한화 주가가 폭등했다. 누출된 것 아니냐”면서 사전 유출을 기정사실화 했다.
심사 결과 발표 당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전일대비 1만8000원 오른 7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한가인 30%를 기록했다.
반면 같이 선정된 호텔신라와 HDC신라면세점이란 이름으로 참여한 현대산업개발 주식은 0.72%(500원) 오른 7만200원으로 마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현 정권과 친분에 ‘두산 낙점설’
11월 초 발표 예정인 올해 2차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도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두산그룹과 SK그룹이 얽혀있다.
두산그룹은 초대 회장인 박병두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거의 확정적이라는 시각이다. 일명 ‘두산 낙점설’이다.
박두병 회장은 과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외자 유치 성공을 바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고문역할을 했을 정도로 두 집안 사이가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재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면세점 인허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있는 만큼 면세점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고 이들로부터 확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박 회장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 단장 자격으로 동행해 곁에서 수행했고 또한 최경환 부총리와도 기업규제, 노동개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차례 만났다.
여기에 두산은 이번 면세점 입찰 공약으로 지역 상생은 물론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박근혜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전언이 돌고 있다.
통큰투자 ‘SK’ vs 달래기용 ‘신세계’…저울질설
SK의 경우에는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사면 조건으로 면세점 내 주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최태원 사면 이후 별다른 국민적 반발이 없었던 대다 통큰 투자 등으로 정부에 보답하고 있어 또다시 SK에 선물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SK 최태원 회장이 특별사면 됐기 때문에, 기업 달래기 용으로 신세계가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란 반박설도 나돌고 있다.
그런데 유독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침묵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미 결정돼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신세계가 정부 눈 밖에 나 있어 세무조사 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와관련 신세계 측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칫 말로 인해 오해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돼 그동안 면세점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고 해명했다.
롯데그룹의 경우에는 신동빈 그룹 총수가 직접 발로 뛰고 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시끄럽지만 워낙 로비를 잘 해서 2개 중 하나는 무조건 가져 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기업들은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나는 일은 없다”는 게 관련업계와 호사가들의 주장이다.
한편 현재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곳은 SK워커힐 면세점(11월16일), 신세계 면세점(12월15일), 롯데 면세점 소공점(12월22일)·월드타워점(12월31일) 등으로 총 4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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