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앞두고 사면초가에 처했다. 안으로는 오너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밖으로는 롯데마트의 '갑질' 논란,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의혹이 일면서 면세점 입찰과 멀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대부분 매출액이 면세점에서 발생하고 있는만큼, 계열사의 잇단 악재가 면세점 재승인에 영향을 끼쳐 결국 상장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면세점 지켜야 상장 가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롯데가 한국 기업임을 알리고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 기업공개와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상장을 위해 서울 지역 면세점 특허권 지키기에 나섰다. 면세점 사업이 호텔롯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만약 면세점 재승인에 문제가 생기면 상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2조4861억원 중 면세사업부 매출이 2조1385억 원으로 86.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월드타워점 매출은 소공점 매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 곳이라도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특허를 지키지 못하면 기업 가치가 떨어져 상장 공모액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프레스투어에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어느 하나라도 특허를 지켜내지 못하면 호텔롯데 상장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면세점 사업은 호텔롯데 영업이익의 90%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면세점 2곳 중 하나라도 특허를 잃게 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 계열사를 중심으로 잇단 악재가 발생해 면세점 재승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먼저 지난 4월 재승인을 통과한 롯데홈쇼핑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원이 롯데홈쇼핑의 재승인에 문제가 있었다며 심사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처분 검토를 주문하는 감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5년의 유효기간을 다 받지 못하고 3년에 한해 조건부 재승인을 얻어 간신히 퇴출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범법행위로 처벌 받은 임직원 수를 8명에서 재승인 규정인 6명으로 축소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 남품업체를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가 공정위로부터 적발돼, 곧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여기에 소상공인엽합회는 지난달 27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관세청에 방문해 '롯데 면세점 특허권 연장 심사의 엄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서안을 제출해 롯데의 면세점 재승인 심사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는 "롯데그룹은 그동안 면세점 사업의 특혜로 얻은 자금과 음료와 과자 등 자사 유통망을 이용해 직접 슈퍼마켓·마트·편의점 등의 유통망을 무차별적으로 확장해 골목상권을 짓밟은 대표적 대기업"이라며 "면세점 이익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롯데를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한다. 지배구조의 안정성은 거래소 상장 심사의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면세점 재허가, 경영권 분쟁 문제 등 호텔롯데 상장을 둘러싼 변수가 너무 많다"며 "롯데가 어떤 해법을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 상장 심사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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