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금융당국이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은행들을 옥죄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 불거진 문제는 은행원의 임금개편 문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키냐가 될 것"이라며 "이는 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연봉 인상분을 반납하는 등 즉각 반응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17일 홍기택 산은 회장이 기본급 2억 원을 반납한 것을 필두로 팀장 이상 직원 7000여 명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납했다.
KEB하나은행도 외환은행 노조와 '노사상생 선언'을 통해 외환은행 출신 전 직원의 올해 급여 인상분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도 20일 11~12월 발생하는 수당 일부를 받지 않기로 했다.
눈치 싸움 때문에 첫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시작한 이상 전 금융권으로 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금융산업노조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며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노사정합의 파기 등 총력 투쟁하겠다고 맞섰다.
금융당국은 또 '기업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시중은행장에 기업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명분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 기업에 대해 금융 지원등을 중단하고 은행의 리스크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연말까지 대응 현황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즉각 현장검사에 나서겠다는 으름장도 내놨다.
은행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수익이 난다고 판단되더라도 채무가 많이 쌓여있거나 단기적인 성과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손을 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 가능성 높은 기업들이 낙오되거나 은행이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 있다.
임 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은 은행이 옥석을 가려 살 수 있는 기업의 경우 자구노력을 통해 기업을 살리고, 반대으 경우는 부담이 커지지않게 미리 도려내는 것이 구조조정"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업계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 업무 시간 연장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최경환 부총리가 "오후 4시에 문 닫은 금융사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자 임 위원장은 "탄력 점포 운영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확정지어버렸다.
임 위원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면서 은행의 본격적인 업무가 문을 닫은 뒤인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이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은행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입을 댔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은행 혁신성평가 기준에서 해외진출 부문의 배점을 5점에서 7점으로 상향조정하는 식으로 채근했다.
금융개혁이 관치를 넘어 은행에 대한 수렴청정으로 변해버린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당장 올해 안에 성과를 보려고 은행을 다그치고 있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인데도 이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 등 당국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시스템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자극을 주면 반드시 반작용도 있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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