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1935년생. 백발이 성성한 여든의 노인이 오열했다. 22일 오전 11시 35분, 부축을 받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들어선 최형우 전 장관은 기자들이 늘어선 포토라인을 채 통과하기도 전에 ‘어이구 어이구’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
최 전 장관이 슬픔에 잠겨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자,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교수가 나와 최 전 장관의 손을 잡았다.
최 전 장관은 1970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며 수십 차례 불법 연행돼 갖은 고문을 받았다. 김영삼의 ‘오른팔’로 불렸던 최 전 장관은 민주산악회 결성과 민주화추진협의회 발족, 2·12 선거혁명, 대통령직선제 쟁취, 3당합당, 문민정부창출에서 차기 대권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기까지 한국정치사의 구도를 바꾸는 큰 흐름속에 존재해 왔다. 1997년 3월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려지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영욕의 지난날이 떠올라서일까? 그는 빈소앞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며 최 전 장관이 빈소로 들어서던 순간, 30여 분 먼저 서울대 병원을 찾았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조문을 마치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최 전 장관을 발견한 문 대표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러나 오열하는 최 전 장관에게 문 대표의 인사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문 대표는 최 전 장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자신이 아님을 느끼고 옆으로 물러섰다.
‘진짜 야당’ 김 전 대통령 앞에 선 문 대표의 모습이 ‘약한 야당’으로 비판받는 최근 상황과 묘하게 겹쳐 보이는 장면이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