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청원 대표도 YS 상주 서려고 했다."
지난 22일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 만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의 최측근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에 따르면, 서 최고위원은 당초 YS 서거 소식을 접한 후, 빈소에서 '상주 노릇'을 하며 조문객들을 맞이하려 했다.
현 정치권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라 불리는 서 최고위원은 1985년 12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과 '민주산악회(민산)'에서 활동하면서 상도동에 합류해 YS와 인연을 맺은 정치인이다.
이후 서 최고위원은 YS 비서실장, 문민정부 정무1장관,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원내총무를 역임하면서 상도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YS의 상주 노릇을 하기 충분한 사람이다.
하지만 서 최고위원은 이내 상주를 설 생각을 접었다. 지난 22일 서 최고위원이 YS 빈소에 방문하기 한발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먼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나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은 '공천룰'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국민공천제를 추진하겠다는 김 대표의 방침에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 16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찰을 보였다. 선거구 획정을 서둘러 마무리해 정치 신인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경선 등록 일자를 앞당기자는 김 대표의 주장에 서 최고위원이 "공천룰을 만든다면서 진행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룰이 없는데 경기를 하라는 말이냐"며 일침을 놓은 것. 이에 김 대표는 "회의 그만해. 다음에 또 논의합시다"하며 회의를 끝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청와대도 참고, 나도 참고 있다. 당을 이렇게 운영하느냐. 개인 마음대로 하는 건 용서 못한다(서청원)", "공개 발언과 비공개 발언을 구분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 국민 보는 앞에서 그만합시다(김무성)"하며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같은 마당에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와 나란히 YS 빈소 앞에 서서 조문객을 맞는 걸 탐탁지 않아 했다는 전언이다. 언론에서 두 사람의 화해 분위기를 조장하는 걸 염려한 것이다.
앞서 기자와 만난 서 최고위원의 최측근은 김 대표를 'MS'로, 서 최고위원을 '서청원 대표'라고 지칭하면서 서 최고위원이 상주 노릇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MS가 먼서 상주 노릇을 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서 대표도 상주를 서려했지만 언론에서 두 사람을 한 사진에 담고 화해 분위기를 조장하는 기사를 펼까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룰에 대한 칼자루를 서 대표가 쥐고 있는데 그런 기사가 나오면 MS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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