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고(故)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이틀째인 23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이희호 여사,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이회창 전 총리, 무소속 천정배 의원, 윤장현 광주시장 등 수많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사오늘>은 전날(22일)에 이어 이날에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정치인 김영삼'이 아닌 '인간 김영삼'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알려지지 않은 YS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씰데없는 권위주의 전혀 없어”
김상현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말 포용력이 크고 결단력이 있는 아주 위대한 정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영원토록 민중의 뇌리에 남을 분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포용했다. 1984년 5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 있는 바람에 내가 민추협 공동의장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하게 됐다. 그러자 상도동계에서는 ‘어떻게 김상현이 총재님과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런 건 불필요한 생각이라며 설득했다.”
“국정연설 마치고 퇴장하며 귓속말로 ‘뱃살 빼’”
이윤수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참 유머가 있는 분이다. 또 굉장히 솔직하고 인간적인 분이다. 그러면서 대범한 정치인이다. 나는 동교동 사람이지만 거산(巨山)을 좋아했다. 거산 선생님도 나를 사랑해 줬다. 언제나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4대 대통령이 되고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했다.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다가 내가 앉아 있는 자리를 보고는 돌아서 내게 다가왔다. 내가 그 때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있었는데 다가와서는 내 귀에 대고 ‘배에 살 좀 빼라’고 말씀하더라.”
“민주산악회 봉고차를 민주화 유물이라며 고마워해”
이성춘 민주화추진협의회 부이사장- “한마디로 이 분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정치의 큰 별이고 정신적 지주이다. 그런데 평소에 정감어린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답답하다. 민주산악회 할 때 이 분이 한 번도 앉는 법이 없었다. 항상 꼿꼿이 흐트러짐 없이 서있었다. 또 내가 민주산악회를 할 때 봉고차를 장만해서 전국으로 누비면서 활동했는데 그 분이 어느날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걸(봉고차) 청와대에 민주화운동 유물로 놔두고 싶다’고 말씀했다.”
“타고난 따뜻함과 카리스마로 그 시절 언론인들 모두 모여”
심완구 전 울산시장- “내가 30대 초반부터 YS를 모셨는데, 인간적으로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었다. 늘 사회에 대한 사명감을 심어줬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는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우리에게 불어넣었다. YS가 정치활동을 할 때 있었던 언론인들도 전부 조문 왔는데 그게 다 따뜻함과 카리스마 때문이다.”
“봉투에 담지도 않고 주머니에서 바로 빼서 나눠줘”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YS는 돈을 자기를 위해서 쓰는 법이 없어. 어려운 국회의원들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주머니에서 바로 빼서 줘버려. 봉투 같은 것도 없고 주머니에서 바로 빼주고 했어. 그 험한 야당 시절에 그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게 인간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야. 사심 없이 정말 공적으로 선공후사에 기여하는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하셨다. 민주화도 하고 개혁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정치인이다.”
“부동산을 한 평도 소유한 적이 없어”
문정수 전 부산시장-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생활을 하시면서 부동산을 한 평도 소유한 적도 없고 남긴 적도 없다. 자신이 살 집 한 채만 가진 아주 청렴하고 이 시대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깨끗한 정치인이었다. 상도동 집에서 식사를 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집이 얼마나 비좁은지. 늘 이 땅에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평생의 사명감을 갖고 헌신해온 분으로 국민께 기억되길 바란다”
“정말로 멋진 체육인”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나는 체육계 사람인데. 정치쪽으로는 잘 몰라. 아무튼 YS는 매우 멋진 분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스포츠인으로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아시안 게임,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국제 대회 유치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이 내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추천했다.”
좌우명 : 本立道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