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정치개혁 추진하는 정당이 국민 박수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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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정치개혁 추진하는 정당이 국민 박수 받을 것"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2.0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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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9)>"정치개혁 방법은 제도변경·부정부패척결·물갈이·신당창당 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 ⓒ 시사오늘

88% vs 5%. 지난 5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8%가 국회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은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지난 1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정치와 외교현안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다 양식 있고 상식 있는 분들입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노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88%가 국회가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합니다. 이유가 대체 뭘까요?”

“이처럼 불신이 높은 이유는 국회가 잘 작동하지 않아 초당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민생 법안이 발목을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 전 의원은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정치를 개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거 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중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 제도, 이중등록 제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안들은 사표를 줄여 국민의 뜻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소선거구제에서는 49%의 지지를 얻은 후보라도 51%의 표를 획득한 후보에게 패하면 국회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방식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맹점이 있는 선거 제도를 바꿈으로써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선거 제도 변경을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한 그는 김영란법을 언급하며 부정부패 척결 또한 정치 개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졸속으로 처리된 탓에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정치 개혁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영란법입니다. 누구든지 100만 원 이상 돈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고, 100만 원 이하를 받았을 때는 대가성이 있을 경우 과태료를 내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공공기관·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이 대상입니다. 대상이 너무 많습니다. 거의 국민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의사·변호사·시민단체는 해당이 안 됩니다. 법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본적인 형사법과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에서는 배우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왔을 때 숨겨주는 경우는 처벌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가족은 범인은닉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영란법에 의하면 배우자가 돈을 받았을 때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돼있습니다.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정치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취지도 좋은 법이지만, 여론에 등 떠밀려서 졸속으로 처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새 국회가 열리면 차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 ⓒ 시사오늘

박 전 의원은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는 ‘물갈이’ 역시 정치 개혁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것도 정치 개혁의 기폭제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방법은 물갈이를 통한 개혁입니다.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해서 정치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긴 합니다만 지금 있는 사람들을 전부 바꿔서 피를 100% 갈아버리면 과연 더 좋은 정치가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정치를 움직이게 하는 경험과 노하우가 그냥 생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전부 물갈이를 한다는 건 300명이 모두 초보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데, 이러면 국회가 어떻게 될까요? 의욕은 앞서고 경험은 없기 때문에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물갈이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며 이뤄져야 합니다.”

“종로에서 3선을 하고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던 것은 저도 물갈이를 통한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0년간 의정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정치에 대해 자괴감이 생겼습니다. 중요한 법안을 놓고 밀고 당기는 정치 놀음을 하다가 데드라인이 다가오니까 그때 가서 허겁지겁 처리하는 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불출마해서 변화의 기폭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유하자면, 300명의 국회의원은 달리는 열차에 함께 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밖에서 보지 않으면 안에 탄 사람은 모릅니다. 그래서 한 번 밖에 나와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신당 역시 정치 개혁을 위한 유의미한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의도로 창당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네 번째는 제3정당을 통한 정치개혁입니다. 신당을 만들어서 기존 정치에 충격파를 던지고 정치 마비 현상을 뚫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개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계산으로 생명 연장을 위해 나온 것이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 어떤 형태로 귀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개혁을 위한 유의미한 실험임에는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 작동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성을 갖고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정당이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회 불신은 작동에 문제가 있고 절차에 장애물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도 문제지만, 그 전에 제도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때문에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잡고 그것을 초지일관 끌고나갈 수 있는 리더십과 비전을 가진 정당이 국민들에게 점수를 받고 박수를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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