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차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올해 3번째로 열린 고객 소통 프로그램 '마음드림 이벤트'가 지난 14일 남양연구소와 서울 양재동의 더 케이호텔에서 열렸다.
현대차의 '안티팬들과의 대화'는 정공법을 택함으로써 세간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고칠 것은 고쳐가겠다며 안티팬도 안고 가겠다는 의지다.
특히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가 하면 직접 노트에 받아적는 등 여러 사안들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이번 행사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곽 부사장은 또 품질문제와 관련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H옴부즈맨 제도'를 제안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진행 미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 막 고객과의 소통에 나선 현대차의 마음드림 행사에 기자가 직접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자는 일반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9일 현대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접수 등 정식 절차를 거쳐 11일 당첨 통보를 받고, 14일 10시 집결 장소인 강남 대치로 오토웨이타워에 도착했다.
이날 행사는 남양연구소 투어에 60명이 참여하고 오후 6시부터 진행될 간담회에는 추가로 40명 정도의 인원이 참석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연구소에는 오후 1시가 돼서야 도착했고, 연구소 내에서는 보안을 위해 소지품을 모두 반납 한 후 엄격한 보안 검사를 거쳐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했다.
100만 평 규모의 연구소를 둘러보기 위해 참가자들은 전용 버스에 올랐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연구소 내 대강당이다.
이 자리에서 김태석 현대차 전무는 남양연구소를 방문해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 참여하신 분들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부분이라 의전에 더욱 신경을 썼다”며 “현대차의 기술력은 물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눈여겨 봐 달라”고 전했다.
이날 투어에서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차량 정면 충돌테스트였다.
보안상 브랜드를 밝히지 않은 차량이 60km/h의 속도로 벽에 충돌, 차 안에 탑승한 더미(마네킹)의 상해 정도와 차량의 파손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준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2시에 시연 예정이었던 테스트가 20분 넘게 지연됐고, 이어 진행된 주행 테스트장 투어도 버스에 탑승한 채 둘러보는 것으로 끝나 아쉬움을 자아냈다.
파이롯트 센터, 품질확보동 등 핵심 파트 센터별 견학에서도 각 담당자들의 PPT 발표와 설명이 주를 이뤄 참가자들에게 견학이라기보다는 교육에 가까운 시간들이 많아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면 친환경 전략차종인 ‘아이코닉’의 실물을 참가자들에게만 공개하는 시간을 가져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현대차 측에서 보안 유지를 요구한 탓에 외관에 대한 묘사는 생략됐다.
3시간 가량 진행된 남양 연구소 투어에서 현대차는 보안 구역까지 공개하는 등 고객들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한 모습은 보였지만 전체적인 투어 자체는 소통의 장으로 마련됐다라고 보다는 단순히 현대차 이미지 홍보에 매진한 시간이 아니었나하는 지적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한 오전부터 이동 시간이 행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점도 아쉬웠다.
4시께 남양연구소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호텔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계속된 이동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난상토론을 앞둬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국내영업본부장)과의 허심탄회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참가자는 증거 자료까지 챙겨오는 치밀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 모씨(40대, 대전)는 “현대차의 내수 차별에 관해 질문하고자 미국 출장 때 현대차 딜러샵에서 받은 팸플릿을 가져왔다”며 “팸플릿에 보이는 대로 미국에서는 워런티 기간을 10년/10만 마일(16만km)로 하면서 국내서는 5년/10만km로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미리 말하자면 이 참가자는 간담회에서 맨 앞줄에 앉아 질문을 위해 계속 손을 드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헛수고에 그쳤다.
6시 더 케이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은 참가자들은 6시 30분부터 곽 부사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 여성 MC의 진행으로 시작된 간담회는 당초 예상했던 난상토론과는 정반대였다.
이미 준비된 영상과 참가 신청시 사전 접수한 질문들을 추려 이미 큰 틀을 짜놓은 것.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질문들 일색에 답변도 앞서 열렸던 2회 마음드림 간담회와 비슷했다.
허심탄회하게 안티팬들과 소통하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던 곽 부사장의 말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은 MC의 현란한 진행과 정리로 인해 심도 있는 질문은 나누지 못했고, 현대차 측에서 준비한 영상과 멘트들로 시간을 허비한 나머지 불만이 많았던 부문별로 한 개의 질문만을 받는데 그쳤다.
중간에 박병일 명장과의 고소 사건과 관련한 질문도 곽 부사장은 “현대차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며 다소 비켜가는 답변으로 무마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행사에서는 서비스 향상을 위해 H-옴부즈맨 제도를 제안한 것 외에는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참가자 백 모씨(40대, 서울)는 “말로만 난상토론이지 결국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며 “연차내고 이렇게 왔는데 형식적인 내용에 그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하루 종일 현대차에서 준비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도 피곤했지만 결국 짜여진 틀 안에서 이뤄진 고객 소통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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