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주요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KAI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출발은 한화가 끊었다.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테크윈은 지난 6일 KAI 지분 4%에 해당하는 주식 390만주를 2796억 원에 매각한 것.
한화테크윈의 움직임에 두산도 반응했다. 두산의 자회사인 디아이피홀딩스는 지난 11일 KAI 지분 4.99%에 해당하는 주식 487만3754주를 전량 매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KAI 민영화를 추진해왔던 최대주주 산업은행(지분율 26.8%)만 난처해졌다.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한화테크윈의 돌발행동에 믿을 구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두산의 경우에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다 방위사업 계열사인 두산DST도 매각할 계획이어서 KAI 지분 매각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두산은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룰 목적이며 신사업 영역인 면세점에 집중할 방침이다.
하지만 방위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던 한화가 KAI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서는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KAI 인수 의지가 없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화가 장기적 관점에서 KAI 인수 의지는 갖고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화 역시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방위사업 계열사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현 한화탈레스)를 인수한 상태라 자금력이 소진된 상태다.
또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통해 면세점 사업에도 발을 들이게 돼 무리한 사업 확장은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지금 당장은 한화가 벌여놓은 사업들에 대한 내실 경영 집중과 KAI 지분 매각을 통한 테크윈의 엔진 사업 부문 강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화를 제외하고 이전부터 KAI 인수 후보로 오르내렸던 현대중공업, 대한항공은 사실상 논외가 돼버렸다.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부실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손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인수 후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사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지만 지난 2012년 인수 입찰에 불참한 전력이 있는데다 최근 자금 상황이 좋지 못한 점도 3조 원에 달하는 KAI 인수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KAI 지분을 팔았지만 그래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한화 뿐"이라며 "그러나 인수를 추진할 경우 이번 매각가보다 지분을 싼 값에 사들일 경우 차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분명하므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만약에라도 한화가 남은 6%의 KAI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는 지금까지의 논쟁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인수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KAI 인수를 두고 많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그룹사의 입장과 전혀 무관하다"며 "인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당장은 현재의 사업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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