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⑤-부산·경남]"오데 김무성·문재인을 YS에 갖다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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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⑤-부산·경남]"오데 김무성·문재인을 YS에 갖다대노"
  • 부산=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2.10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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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새누리당 압도 속 YS 향수, '변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부산 정진호 기자)

새누리당의 진박논쟁, 제1야당의 분당, 19대 국회의 점입가경 공회전…, 다사다난했던 1년이 또 지나고 다시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돌아왔다. 제 20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사오늘>은 4일부터 9일까지 설 연휴 기간 동안의 전국 민심을 들어봤다. 

▲ 경상남도 진주나 사천은 지역내에서 야성이 강한 지역으로 평가 받는다. 민심을 듣기 위해 진주시 중앙시장에 나섰으나 대체적으로 새누리당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시사오늘

“관심 없어예. 투표 안 할 거라예. 꼭 해야 되면 연필 굴리기 해서 아무나 찍지 뭐. 어차피 누가 되든 마찬가지 아닙니꺼.”

경상남도 진주시 경상대학교 앞에서 만난 박욱제(32) 씨의 한 마디는 젊은 세대의 정치 혐오감을 대변하는 듯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먹고 살기 바쁜데 정치에 관심 가질 시간이 어딨냐”고 말했다.

“제가 한 번도 안 빼놓고 투표 다 한 사람이라예. 근데 뭐 경상도에서는 어차피 새누리당이라예. 백날 투표해봐야 바뀌는 게 없는데 투표할 기분이 나겠십니꺼. 어른들이 전부 새누리당 찍으니까 우리 표는 아무 쓸모도 없어예.”

같은 장소에서 만난 40대 김모 씨는 ‘경상도는 어차피 새누리당’이라며 투표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했다. PK(부산·경남) 지역의 여당 강세를 반영함과 동시에 현 선거제도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반응이었다.

“여기서 야당은 안 돼예. 진주랑 사천 이쪽이 그래도 경상도에서는 야당세가 강한 동네인데 절대 당선은 안 시켜줍니더. 사천에서 강기갑(17대 비례대표, 18대 사천시 국회의원)이 됐던 적이 있는데 그건 이방호(16, 17대 사천시 국회의원)가 워낙 지역구 관리를 못해서 그런 거고, 어지간하면 새누리 찍어주지.”

50대 택시 기사 윤모 씨는 PK 지역이 야성이 강한 지역이지만 새누리 후보를 누를 정도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윤 씨는 지역주의를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 다 다녀보이소. 경상도 사람들은 의리 아니면 시체라예. 새누리당이 경상도 정당 아닙니꺼.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정당 밀어줘야지. 실제로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다 경상도 발전시켰고예. LH만 해도 (전북)전주 갈 걸 (경남)진주로 갖고 온 거 아닙니꺼.”

반면 안철수 의원이 중심이 돼 만든 국민의당에 대한 반응은 냉랭했다. 윤 씨는 YS와 비교하며 안 의원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했다.

“대통령 선거 때 나왔으면 찍어줬으낍니더. 근데 지금은 기대감이 다 죽었어예. 이랬다저랬다 남자다운 것도 하나도 없고. 경상도 사람들이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를 왜 좋아하는지 압니꺼. YS는 의리도 있고 추진력도 있었지. 한마디로 남자다운 게 있었다 아닙니꺼. 근데 안철수는 사나이다운 게 없어. 인자 경상도 사람들은 안철수 당에는 아예 관심이 없십니더.”

진주 시내에 위치한 중앙시장에서 건어물 상점을 경영하고 있는 70대 박모 할머니는 야당이 대책 없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서 싫다고 말했다.

“요 앞에 플랜카드 못 봤나. 야당은 대통령 발목만 잡는다 아이가. (플랜카드에는 ‘박근혜 정부가 일 좀 하게 해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박정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그 못 살던 나라를 이리 만들어놨는데. 박근혜가 나라 살려보겠다고 열심히 하는데 야당은 도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가.”

박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옆을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한 마디 거들었다.

“총각, 기자가? 야당 국회의원들한테 말 좀 전해라. 북한 북한 하다가는 절대 경상도에서 표 못 얻는다이.” 

▲ 부산 사상은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의 지역구다. 이 지역사람들은 문 전 대표가 지역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부산 사상역. ⓒ시사오늘

한때 야도(野都)로 불리던 부산의 민심도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사상구와 제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이던 조경태 의원을 당선시킨 사하을을 찾았지만, 새누리당의 절대 강세는 여전했다.

“문재인이 이번에 출마 안하는 게 잘하는 겁니더. 아마 이번에 나왔으면 손수조한테도 졌을 긴데? 중앙 정치한다고 바쁜 건 알겠는데, 지역구 관리를 이렇게 안 해갖고 당선되기 어렵지.”

사상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문 전 대표의 지역구 관리 소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문재인이 국회의원 되고 나서 부산을 위해서 해준 게 뭐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우리는 당 안 봅니더. 누가 우리 사는 데 도움이 될지 보지. 근데 문재인은 그런 게 전혀 없었어예.”

사상구에 위치한 덕포시장에서 만난 박모 씨도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중앙 정치에 집중한 문 전 대표의 선택이 지역구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긴 듯했다. 

▲ 부산 서면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다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진은 부산 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시사오늘

“조경태는 무조건 찍어줍니더. 무소속으로 나와도 찍어주지. 여기 지하철도 조경태가 만들었제, 주차장도 만들어준다카제. 만날 지역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뭐 필요한지 묻고 하는데 당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꺼.” 

사하구 장림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조 의원이 ‘일 하나는 잘 한다’고 평가했다. 지역구에 헌신한 조 의원의 진정성이 높은 지지를 받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누리당 입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조경태 밀어준 사람 중에 조경태가 야당이라서 찍어준 사람도 있다 아닙니꺼. 근데 자기 맘대로 새누리당 입당하면 배신 아닙니꺼. 워낙 일을 잘 하니까 (당선이) 되긴 될낀데, 배신감 느낀 사람들도 많아예.”

지난해 말 서거한 YS에 대한 향수도 느껴졌다. 그는 ‘요새는 큰 정치인이 없다’며 YS의 이름을 꺼냈다.

“YS 같은 큰 정치인이 나와야됩니더. 한 번 보이소. YS가 생전에 그렇게 욕을 먹어도, 지나고 나니까 다 재평가 된다입니꺼. 그게 다 욕 먹어가면서 해야 될 일 해서 그런 겁니더. 근데 요새 그런 사람이 있습니꺼. 살살 눈치나 보기 바쁘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언급하자, 말을 끊으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김무성은 대통령 눈치보느라 바쁘제, 문재인이랑 안철수는 뭐 한 게 있습니꺼. 대통령 해볼라꼬 여론 눈치나 살살 보고. 문재인이랑 안철수는 경상도 사나이가 아니라예. YS는 목숨 걸고 민주화 운동하고 군부 쓸어내고(하나회 해체) 한 사람인데. 오데 그 사람들을 YS에 갖다대노.”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서면에서는 다시 한 번 정치 혐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정치 이야기냐’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도 몰라예. 알고 싶지도 않고.”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비웃듯 대답했다.

“기자님 정치 기자지요? 그러니까 정치 이야기 하는 사람 많이 보시는갑지. 요 앞에 대학 같은 데 가서 물어보이소. 관심 있는 사람 하나도 없십니더. 간혹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 하는 아이들이 있긴 한데, 술맛 떨어지게 한다고 욕만 먹어예. 요새 정치 얘기 아무도 안 합니더. 다 그놈이 그놈인데 뭐.”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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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 2016-02-10 12:34:52
그래 경상도야 잘 먹고 잘 살아라 한심한 종족들
이걸 취재라고 하십니까 여기서 기사 끄적여도 님보다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