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거부한 안철수, '이인제의 길'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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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거부한 안철수, '이인제의 길' 걷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3.08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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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왼쪽),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마이웨이'를 내달리고 있다. 안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거부한 데 이어, 천정배·김한길 등 국민의당 핵심 인사들과의 마찰을 불사하면서 20대 총선 연대 불가를 선언했다.

야권 내에서는 그의 이 같은 행보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인사들이 많다. 차기 총선 승패를 떠나, 야권의 궁극적 숙원인 정권교체가 요원해질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안 대표가 15대 대선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승리의 1등 공신 '이인제의 길'을 걷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국당 박차고 나온 이인제…與, 정권재창출 실패

1997년 9월 이인제는 당시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다. 이회창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탈당한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함께 국민신당을 창당한 이인제는 15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인제의 이 같은 선택은 정권재창출을 노리던 여당에 독이 됐다.

1997년 15대 대선 때 후보별 득표율을 살펴보면.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DJ 40.3%,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38.7%, 국민신당 이인제 19.2%로 집계됐다.

당시 DJ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IMF 경제위기에 따른 문민정부를 향한 국민 원성', '비영남권 인사 이회창',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합의' 등이 손꼽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유리한 여건 속에서도 DJ는 이회창을 간신히 제쳤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이인제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은 DJ가 아니라 이회창이 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실제로 이인제는 이회창에게 갔어야 할 표심을 상당 부분 분산시켰다. 이회창의 총득표에 이인제가 여당 텃밭 영남(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에서 얻은 178만8185표(중앙선관위 참조)를 합산하면 선거 결과는 역전된다.

또한 당시 경기지사를 역임했던 이인제는 경기권에서 107만 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이회창 161만 표, DJ 178만 표). 고향인 충남에서는 26.14%의 지지를 받아 이회창(23.51%)보다 앞섰다.

야권 통합·연대 거부한 안철수…野, 정권교체 실패?

2015년 12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박차고 나왔다.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있다.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 당 안에서의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리고 김한길 등 더민주 탈당 인사들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대표는 양당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겠다며 더민주의 야권 통합·연대 제안을 일거에 거부하기에 이른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중론이다. 총선을 통해 한판 승부도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더민주가 건넨 손을 잡는다면 이른바 '철수 정치'라는 안 대표의 취약점이 다시 한 번 강조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로서 사망선고에 가깝다.

이를 스스로도 의식한 듯, 안 대표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8일 서울 노원병 출마 공식 선언에서 "포기할 일이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더 힘차게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 '날지 못하면 뛰어라. 뛸 수 없다면 걸어라. 걸을 수 없다면 기어라. 하지만 무엇을 하든지 앞으로 움직여라'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내 반발 여론을 신경 쓰지 않고 제3정당을 꿈꾸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안 대표의 강경한 태도를 미뤄봤을 때, 19대 대선에서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뒤바뀌어 있을 뿐, 안 대표가 과거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걸었던 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상도동계의 한 원로인사는 최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요즘 안철수 대표를 보면 이인제의 옛 모습이 엿보인다"며 "대선 때도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더욱이 안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아픈 추억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정권교체는 물건너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이인제 최고위원의 철학과 현재 안철수 대표의 철학은 닮은 점이 있다.

안 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정치를 바꿔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독과점 구조인 낡은 정치의 판을 깨겠다. 거대 의석에 안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정치,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국민들께서 지켜봐 주시고 더 나은 선택, 더 좋은 선택을 해 달라."

그리고 이 최고위원은 2012년 <시사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득권을 깰 수 있는 제3세력이 국민의 힘으로 등장해야만 정책과 인물 중심의 정당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제3세력을 추구한다. 내가 추구하는 제3세력은 낡은 정치를 혁신한다. 지역감정을 없애고, 상대를 맹목적으로 부정하는 낡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야 한다. 정책과 역량이 있는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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