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4월13일 치러질 제20대 총선은 역대 어느 때보다 여론조사가 주목받는 선거다. 당내 경선의 상당부분을 여론조사가 차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국민들도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 8일 열린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선 한국 최대 여론조사기관 중 하나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여론조사 이야기와 함께 총선에 대한 전망을 들려줬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론조사 왜곡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조작론도 있고, 불신이 높다. 물론 설문 구성과, 언제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해서 실적을 올리고 돌아오자마자 조사를 하면, 높은 지지율이 나온다. 반대로 예전에 ‘정윤회파문’이 터지자마자 한 조사에선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여론조사 요청 타이밍을 보면 보수매체와 진보매체가 다르다.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리얼미터>에선 국내 최초로 주간 정치 정례조사를 시작했다. 여야, 보수·진보매체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다.”
이어 이 대표는 몇 가지 리얼미터의 통계자료 분석과 예측사례를 들려줬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유례없이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강해진 선거”라며 “오픈 프라이머리까지 가진 못했지만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으로 한 발짝 전진했다”고 평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과 관련된 내용으로 강연을 계속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대체 제도로 이제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을 한다. 안심번호란 아시다시피 가상의 번호로 시작하는 핸드폰 번호를 제공하는 거다. 예전엔 선거운동으로 지역에 주차된 자동차 앞유리에 있는 전화번호만 사진 찍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과거엔 전화번호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리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누가 누굴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안심번호 여론조사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나는 안심번호제도가 필요하다는 칼럼을 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아져서 수도권은 2%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만 응답률이 낮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엔 스팸차단 앱 등이 발달해서 전화를 받지도 않고 끊어버린다. 그래서 정개특위에서 안심번호를 우선 당내경선에서 쓰고, 성공하면 일반 여론조사로 확대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9월 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합의에 들어가는데, 그 시점에 귀국 후 박근혜 대통령이 그 사실을 보고 대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MB) 후보와 다툴 당시, 당원조사에선 이겼는데 여론조사에서 진 기억이 있다. 당시 MB 캠프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자문으로 있었는데, 여론조사에 대한 플랜을 더 잘 짜고 있었다. 그래서 사전에 준비를 잘 해서 경선을 뒤집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 대해 불신하고, 민주주의가 저해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당청 합의없이 결정했다고 하며 청와대에서 5대 불가론을 꺼냈다. 역선택, 낮은 응답률, 비용, 거짓응답, 절차상 문제의 다섯 가지를 꺼냈는데, 이 중 최소 세 가지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청와대의 5대 불가론에 대해 항목 별로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우선 역선택이다. 이는 사실 안심번호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여론조사의 문제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론 낮은응답률 문제다. 이건 완전 틀린 분석이다. 응답률이 상당히 높다.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를 밤 10시까지밖에 못하는데, 20~30대는 집에 그 시간에 잘 없다. 그래서 안심번호를 사용, 휴대전화로 하면 응답률이 훨씬 높고 정확하다. 비용도 많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등은 국고서 500억 정도가 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론 국고보조가 아니라 지역구 공천여론조사는 후보들이 나눠냈다. 휴대전화로 조사하면 실제 유선전화보다 1.5~2배가 더 들긴 한다. 그런데 안심번호 만드는 생성비를 포함해서 건당 20%~30%만 더 주면 된다. 반면 거짓응답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은 인정할 만 하다. 20~30대보다 50~60대의 응답률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100명을 해야 될 경우 20명만 응답하다 보니, 5를 곱해서 젊은층은 1인이 가지고 있는 표가 5표까지 되고, 반면 노년층은 0.5표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선관위에서 이제 2.5배 이상은 못 하게 돼 있고, 0.4배 이하도 안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이를 사칭한 거짓 응답이나, 부정확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절차적 문제도 당청 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 맞다. 다만 앞서 말한 역선택 문제, 응답률 문제, 비용 문제는 잘못됐거나 과장이다."
이 대표는 강연의 말미에 총선의 키워드는 ‘야권연대’라고 강조하며 말을 맺었다.
“이번 총선의 키워드는 야권연대다. 지금 국민의당이 야권통합을 하느냐 마느냐 가지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그 이면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당 지도부의 대립이다. 서울시장 후보직을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한 그 순간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목표점은 사실상 대권이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지지율이 흔들렸다. 심지어 안 대표가 자신의 지지율로 끌어온 당인데 안 대표의 지지율이 지금 국민의당 정당지지율보다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를 하면 자신은 고립된다. 그리고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도 없어진다. 안 대표 입장에선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끝까지 가서 야권지지율의 전략적 투표를 통한 회생을 노리는 거다. 그래서 야권통합이 굉장히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김한길 의원은 지금 지역구에서 위기다. 총선 때 살아야하는데, 지금 자신의 지역구인 광진에서도 3위다. 현역이 3위로 처지기 힘들다. 연대제의에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후보 단일화 시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는 더 하다. 안산의 김영환 의원을 보자. 새누리당과 양자대결에서는 우세다. 그런데 3자 구도에서는 3위다. 1:1로 붙으면 이기는데, 연대에 실패하면 3위인 거다. 물론 김 의원은 지금은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가 곳곳에 있다는 게 포인트다. 그러니 통합은 안 돼도 최종적으로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
"선거 종반에 후보단일화, 연대가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주로 투표 용지 인쇄 직전에, 더러는 인쇄 후에도 사퇴가 있다. 15%이상을 득표해서 선거비용을 보장할 수 있는 쪽으로 쏠릴 거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가 팽팽한 경우, 즉 둘 다 15%는 넘길 수 있는 경우엔 단일화가 쉽지 않다. 다만 국민의당이 인재영입이 많이 안 돼서, 이 정도로 팽팽한 지역구는 별로 없다."
"이러한 분석들과 여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예측할 때, 새누리당은 160석 안팎,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안팎, 국민의당은 20석 안팎이 될 듯 하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10석도 어렵다고 보기도 하는데, 열세후보들의 숨겨진 표심이란게 분명히 있다. 면접형 여론조사보다 ARS로 조사를 했을 경우에 숨겨진 표심이 조금 더 나온다. 남은 20석은 무소속이나 소수정당들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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