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파리 방글 기자)
따뜻한 봄기운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던 3월 첫 주, 유럽 여행의 중심 프랑스 파리(PARIS)에서 봄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가장 친한 친구로 꼽히는 도시인만큼 따뜻한 봄날을 기대했지만, 파리를 감싼 추위는 예상보다 거셌다.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서 한국 보다는 춥지 않다"는 현지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옷깃 사이로 들어오는 칼바람은 상상했던 파리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비수기에 접어들었다는 파리 여행 시장 덕분에 휑~한 파리의 거리는 추위를 몸소 실감나게 했다. 상대적으로 적적한 파리의 분위에도 불구하고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등 주요 여행지에는 관광객이 몰렸다.
추위를 잊은 듯 에펠탑을 뒤로 하고 사진 찍기에 몰두했고, 저마다 '인생샷'을 남기기에는 파리가 최고라고 외쳐댔다. 커플들은 에펠탑에 사랑을 맹세하듯 키스신을 찍어댔고, 딸의 손을 붙잡고 나들이 나온 아버지는 '점프샷'을 통해 파리에서의 사랑을 느꼈다.
예상치 못한 함박눈은 파리의 예술작품 위로 떨어졌다. 루브르의 예술작품을 둘러보던 관광객들은 피라미드 위로 떨어지는 눈을 보기위해 창가로 몰려들었다.
그림을 그리던 회화과 학생들은 물론, 눈을 처음 본다는 세네갈의 청년까지도 예술작품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상태였다. 파리 현지에 산다는 한국인의 "파리에서는 눈을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함박눈에도 불구하고, 3월의 파리에서 사랑과 낭만을 논하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사람이 많은 쇼핑몰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 "Open your Bag."(가방을 열어 보시오.)
사실 입국 당시부터 "무슨 일로 왔냐", "얼마나 머무를 예정이냐", "머무는 위치는 어느 지역이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이미 테러의 기억이 희미해진 한국인에게는 그저 조금 까다로운 절차 정도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10번씩 가방을 열어 보여주면서 파리의 관광객들은 대부분 지난해 파리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테러를 기억했을 것이다.
"Pray For Paris."(파리 테러에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전 세계인이 파리를 위해 기도했던 그 당시의 아픔을 말이다.
2015년 11월 13일(현지시간) 오후 9시께부터 14일 오전 2시께까지 프랑스의 심장부 파리에서 IS의 테러로 인해 파리 시민 132명이 사망 당했고, 349명이 부상당하는 최악의 테러 사건이 벌어졌다. 말 그대로 13일의 금요일, 파리는 심장이 불타는 금요일을 겪었다.
같은 해 1월, 파리 주간지 샤를르 에브도 사건을 비롯한 3일 연속 테러가 지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다.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던 파리를 다시 찾는 발길이 늘고 있지만 테러로 150여 명의 이웃을 빼앗긴 파리는 아직 아프다. 세월호 사건(2014년 4월 16일) 2주년을 앞두고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한국사회처럼.
여행의 막바지, 두 문장이 겹쳤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40416."
"Pray For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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