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주말 간에 총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여야가 모두 ‘역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누리당은 ‘진박 마케팅’의 역풍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 공천’ 파문으로 위기에 처했다. 이번 20대 총선이 사상 초유의 ‘역풍’으로 가득한 선거가 될지 관심사다.
무너지는 진박, 쏟아지는 역풍론
새누리당은 공천학살 파문으로 내홍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천 작업을 마무리해가고 있다. 그런데 소위 ‘진박’후보들의 생환률이 신통치 않다.
우선 영남 경선에서 ‘진박’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와 부산을 연이어 방문하며 힘을 실어줬지만, 윤두현 전 홍보수석(대구서구)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대구북구갑)이 경선에서 패했다. 부산에서도 허남식 전 부산시장(부산사하구갑)이 김척수 부산시 정책고문에게 밀려 경선에서 탈락했고, 전광삼(경북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과 최상화(경남사천시남해군하동군)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생환한 ‘진박’계도 내내 여론조사에서 밀리다가 단수추천으로 생존한 사례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달성군)이 단수추천으로 살아났다. 유일하게 경선에서 승리한 곽상도 전 민정수석(대구중구남구)도 현역인 김희국 의원의 공천배제 후 치러진 경선이라, 그 빛이 바랬다.
결정적으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서울서초갑)이 20일 경선서 패하며 ‘진박 역풍’의 정점을 찍었다. 승리한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워낙 강력한 상대기도 했지만, 조 전 수석의 패배는 역풍이 수도권에서도 불고 있음을 알린 셈이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진박들의 패배는)새누리당 지지층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더라도, 동시에 지금 공천 작업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현재 침묵하고 있을 뿐 친박계에 불만을 가진 새누리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유승민 의원 공천 향방에 따라 투표결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인 ‘셀프공천’…무리수 역풍 걱정
진영 의원의 입당으로 고무되던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반나절도 가지 못했다. 20일 비례대표 발표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번을 받으며,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셀프공천’‘무리수’라는 논란이 일며 비례대표 선정 작업 자체가 난항을 겪게 됐다.
야당 지지층에선 ‘김 대표가 그동안 점수 딴 걸 한 방에 다 잃었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여당의 역풍을 구경하던 야당도 역풍 진화에 고심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내가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없으니 기 죽을 일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중앙위는 순번 투표를 연기했다. 김 대표는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오늘 예정된 비대위, 특별기자회견, 중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강상호 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이와 관련, “단기적으로 지지철회 등 역풍이 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여론을 커버할 시간이 있다고 본다. 개혁 의지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김 대표가 복안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셈”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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