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열, “대북 관계,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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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대북 관계,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상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24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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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72)〉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 시사오늘

지난 22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는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최고의 통일 문제 전문가인 유 부의장은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변화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장애물을 넘기 위해 노력해야만 통일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의장은 먼저 핵무장론과 사드 배치론의 공론화를 근거로 현재와 과거의 차이를 설명했다.

“우리가 지난 두 달여 동안 북한 도발에 대응한 방식을 보면,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국내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이 핵개발을 해야 한다는 논의를 심각하고 현실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핵 개발이 안 된다면 전술 핵이라도 재배치해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핵 개발이나 전술 핵 재배치가 가져오는 득실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비핵화와 미국의 핵우산 확보 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지만, 어쨌든 핵무장론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인식 변화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드를 배치할 때 오는 경제적 부담이나 지역 문제, 효용 문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 미국과 중국의 관계, 국제질서 변화 등을 국민들이 모두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어요. 사드 논의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반응들이 지금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개성 공단 폐쇄와 북한 인권 문제, 과감한 접근 방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역시 변화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개성 공단 폐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성 공단은 남북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창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중단이나 천안함 폭침 등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계속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성 공단을 폐쇄해버렸지요. 마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바둑을 둘 때 예측할 수 없었던 수가 있었듯이, 개성 공단 폐쇄가 그런 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처럼 의외의 수를 뒀음에도 우리 사회가 분열하고 갈등하지 않은 것은 이번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지요.”

“북한 인권 문제를 보는 시각도 과거와 달라진 점 중의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마다 입장이 갈라지고는 했습니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했는데, 국회 통과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한 것이 벌써 11년이 됐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도 인권 문제를 통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데 여아가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북한 정권 붕괴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차이입니다. 한미연합훈련 때 북한이 핵으로 공격할 경우를 상정해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작전 등을 짜는 것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 시사오늘

다음으로 유 부의장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다섯 가지 장애물을 제시했다. 우선 국제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북한 체제와 국제 사회의 반대를 외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는 데 어떤 장벽이 있을까요? 첫 번째 장애물은 북한 정권 자체입니다. 북한 체제는 매우 특수한 체제입니다. 공산주의와 뿌리는 같았을지 모르지만 내용은 다르고, 오히려 봉건적 성격을 더 많이 갖고 있는 혼합 체제지요. 3대 세습이나 수령이 하는 행동이나,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입니다. 이런 체제를 상대로 통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국제 사회의 장벽도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독일 통일을 모델로 설정해서 연구하고 배우려고 하고 있지만, 사실 독일은 통일할 수 없는 원인이 외부에 있었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전승 4국이 분열시킨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소련이 급속히 붕괴하고, 중국을 비롯한 공산국가들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독일은 통일하기 유리한 흐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변 국가인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의 통일에 좀처럼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의 통일이 주변 국가들의 이익에 부합할 것인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내부 요인의 문제도 크다고 강조했다. 유 부의장은 남한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통일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점도 통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남남 갈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개성 공단, 사드, 북한 인권 문제, 북한 정권에 대한 입장 등 모든 문제가 갈등 요소입니다. 통일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통일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남남갈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통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입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세대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젊은 층으로 올수록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고요.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통일을 해야 하느냐 물으면 80~90%가 긍정적으로 답하지만, 실질적인 관심은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먼저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통일이 찾아올 것이라며 국민들의 깊은 관심을 당부하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통일에 대한 무기력이 문제입니다. 국민들이 우리가 통일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어요. 북한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 우리가 주도해서 북한을 변화시키고 뭔가를 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니까 기대를 하지만, 정말 준비를 한 적이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이번에 1조 원 이상을 손해 보면서까지 개성 공단을 중단하니까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주변 국가들도 협조했듯이, 우리가 먼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먼저 행동해야 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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