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붕괴②]“몰라봐서 미안했심더”…부산 야권의 저력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역주의 붕괴②]“몰라봐서 미안했심더”…부산 야권의 저력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4.14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춘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김해영 5인, 여론조사 열세 비웃으며 당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당선자, 최인호 당선자, 박재호 당선자, 전재수 당선자, 김해영 당선자 ⓒ뉴시스

부산이 디비졌다(뒤집어졌다).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다. 기자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소리가 절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텃밭 부산에서 무려 5석을 가져오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것도 사하구을에서 3선한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적을 옮기고, 문재인 전 대표의 불출마로 사상구마저 무소속에 내준 상태에서의 이변이다.

PK(부산경남)은 이번 선거에서 대구와 광주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어디보다 다이나믹한 민심을 자랑하던 야도(野都) 부산은 옛 얘기가 됐고, 새누리당의 강고한 텃밭이 현주소인 것처럼 보였다. 야권 인사들이 수 차례의 낙선을 겪으며 ‘이번에는 다르다’고 외쳤지만, 그들의 가능성에 형식적인 관심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최인호‧박재호‧전재수‧김해영 당선자는 각각 부산진구갑‧남구을·사하구갑‧북구강서구갑‧연제구에서 승리, 부산에 파란 깃발을 휘날렸다. 새누리 현역 의원이 네 사람이나 우수수 완파당했다.

김영춘 당선자는 서울에서 재선한 뒤,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고향 부산으로 내려왔다. 야권 후보군에서 정치적으로는 가장 무게가 있다. 지난 19대 총선서 패하고 부산시장선거에서도 중도하차했으나, 리턴매치에서 49.6%를 얻으며 복수에 성공했다.

최인호 당선자는 ‘부산 친노’의 맏형격 인물이다. 승학산 산신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역구 활동에 열심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야권단일화에 성공하며 약 4%p 가량 뒤지던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었다. 최 당선자는 49.4%를 획득, 오히려 약 4%p 차이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박재호 당선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맞붙어 석패하는 등, 수 차례의 낙선을 뒤로 하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호소하며 선거에 나섰다. 선거를 앞두고 부인상을 당하기도 한 그는 슬픔과 악재 속에서도 기어이 뒤집기에 성공, 숙원을 풀었다. 박 당선자는 상도동계 방계(서석재 전 장관)에 그 뿌리를 두고, 이광재-안희정과 함께 이름을 올린 부산 친노의 대표 인사다. 48.1%를 득표, 새누리당 서용교 후보를 따돌렸다.

전재수 당선자는 무려 4수 끝에 당선에 성공했다. 3차례 낙선을 거치며 꾸준히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전 당선자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친노계 인사로, 지역구에 남아있는 ‘바보 노무현’의 향수를 자극하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측근 박민식 후보를 10%p차이로 꺾는 괴력을 발휘했다.

김해영 당선자는 그야말로 깜짝 당선의 주인공이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변호사 된 그는 '흙수저 출신'으로 주목받았다. 별다른 정치적 기반이 없는 정치신인임에도 김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친박계의 핵심, 김희정 후보를 접전 끝에 3.2%p차로 누르고 신승했다.

부산 정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실 부산 바닥 민심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며 “이번 새누리당의 선거 행보는 자존심 세고 단호한 부산 시민들에게 이만저만 불만을 가져온 게 아니었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민심을 다진 후보들에 대한 동정론이 불며 시너지가 일어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