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 적용 사전 고지도 없었다"…배송완료 건도 미배송 처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대형 물류업체인 한진택배가 과도한 페널티 요구로 대리점 택배 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따른 ‘갑질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으로 과도한 페널티 적용
19일 전라남도에 위치한 한진택배 대리점에서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진석(59·가명) 씨는 한진택배가 A업체의 물건 배송 지연 시 1건당 3000원의 페널티를 부과하며 택배 기사에게 배송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그동안 A업체 배송 관련 페널티가 없었는데 갑자기 생겨서 놀랐다”면서 “타 업체 배송도 모두 완료했기 때문에 페널티를 내본 적이 없고, 페널티 공제도 명목상에 불과해 실제로 금액 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씨의 주장처럼 그가 대리점 측으로부터 페널티와 관련해 전혀 고지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이 씨는 지난달 말 월급 명세서에 적힌 ‘배송지연 페널티’ 명목을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으며, 해당 명목으로 28만2000원을 떼였다.
이 씨는 “지난 3월 중순 경 처음으로 대리점 소장에게 배송 지연 페널티가 시행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일방적인 통보에 당황했는데, 더 놀란 사실은 페널티가 이미 공제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에게 지난달 말에 부과된 28만2000원은 지난 1~3월까지의 총 공제 금액이다. 해당 3개월의 공제 금액은 지난해 6개월간의 페널티 실적을 기준으로 매겨졌다.
이 씨가 근무하고 있는 대리점의 ‘A업체 패널티 공제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3월에는 지난해 11~12월 동안의 배송 지연 페널티를, 지난 2월은 지난해 9~10월 동안의 페널티를, 지난 1월에는 지난해 6~8월분의 페널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책정했다. 하지만 이 씨가 이 같은 페널티에 관해 처음 들은 것은 9개월이 지난 3월 중순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공제내역과 관련된 ‘이의신청’ 문서는 물론, 확인서까지 모두 이 씨의 서명이 돼있었다는 점이다.
자료를 확인한 이 씨는 “이와 관련해 서명을 한 적이 없을뿐더러 내 필체가 아니다”며 “사무실 직원이 임의로 한꺼번에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의신청도 형식상의 절차에 불과하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배송이 제대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미배송으로 처리돼 페널티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이 씨는 “배송완료한 뒤 스캔을 찍어 보내도 본사에서 '왜 배송하지 않았느냐'고 연락이 올 때가 있다”며 “본사에서는 전산 오류가 있어도 일단 페널티를 매기는 듯하고, 그 기준이 5일이 아닌 당일 배송인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동종 업계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 A 씨 역시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5일 이상의 배송 지연은 흔하지 않다"며 이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A 씨는 “요즘 고객들의 니즈는 빠른 배송이라는 걸 누구보다 택배기사들이 잘 안다”면서 “보통 이틀을 넘기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택배 기사 B 씨도 “택배기사가 물품을 며칠 동안 가지고 다니면 분실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 “지난해 대리점에게 페널티 관련해 알렸다”
이와 관련해 한진 측은 이 씨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진 측은 이와 관련된 규정을 정하고 각 대리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는 주장이다. 특히 페널티 금액은 유예기간을 가진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대리점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페널티 실적을 올해 공제한 것과 관련해서는 “페널티 항목에 관해 자료를 서로 비교, 분석해 보는 과정이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본사가 금액 징수나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페널티 제도를 둔 게 아니라 질 높은 배송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씨는 미배송과 배송 지연으로 처리된 건과 관련해 정확한 근거를 한진 측에서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만약 택배기사가 스캔을 안 찍었다 하더라도 미배송 건이 있으면 고객에 먼저 연락한 뒤, 기사에게 바로 배송 완료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 씨가 하루에 배달하는 물품은 많을 경우 200개에 달한다. 한 달이면 약 4000개 이상인 셈이다. 한진 측은 무려 1년 가까이 지난 물품 배송과 관련해 이 씨에게 미배송 또는 배송 지연이라며 패널티를 부과한 것이다.
이 씨는 “배송 당사자인 기사가 기억 못하는 건에 대해 회사 측이 정확한 자료 없이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심지어 공제된 배송 지연 건은 지난해 6월부터인데 1년 가까이 지난 건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해 당일 배송을 위해 매일 저녁 10시까지 일을 한다. 당일 배송을 못할 경우, 다음 날 아침에라도 배달을 전부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회사 측에서 오히려 페널티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니 억울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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