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평] 숨을 곳도 없었던 땅, 식민지 아프리카 이야기…〈울지 마,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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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숨을 곳도 없었던 땅, 식민지 아프리카 이야기…〈울지 마, 아이야〉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6.0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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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분명 먼 대륙 아프리카의 이야긴데, 한국 문학의 향기가 났다. 교육에 대한 열망과 성공에 대한 희망, 그리고 사랑으로 가슴 뛰는 청년, 시대의 급변과 식민지 치하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으며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 이념과 불평등에 가장 격렬한 방법으로 저항하는 형제…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들 아닌가. 은조로게, 응고토, 보로, 므위하키와 같은 낯선 이름들이 아니라면, 일제 강점기나 전후의 한국문학이라고 설명해도 모를 정도다. 케냐의 문호(文豪)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 <울지 마, 아이야>는 그렇게 익숙한 구도로 우리를 매혹한다.

<울지 마, 아이야>는 1938년생으로, 영국 식민 치하의 케냐에서 살았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초기 작품이다. 작가는 아프리카 소년 은조로게 가족을 통해, 그 시대의 희망과 좌절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본문 중 카마우의 대사“이 벌거벗은 땅에 숨을 곳은 없다고”라는 문장은 절망과 불의로 메워졌던 당시 식민지 아프리카를 압축해서 표현한다. 그 위에서 사랑과 미래를 지키고 싶은 한 소년과 그 가족들의 분투 아닌 분투의 끝은 허망하다. 그러나 응구기는 완전한 절망 대신, 구원의 여지를 열어 둔 채 책을 마친다.

<울지 마, 아이야>는 염상섭이나 채만식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름 밤, 아프리카 대륙 특유의 이국적인 색채로 그려지는 전후(戰後)의 단막극을 감상해보자.

<울지 마, 아이야>|응구기 와 티옹오|황가한 옮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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