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유승민이 돌아왔다. 새누리당은 지난 16일 오전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허용키로 했다. 이로써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 당선된 무소속 의원들이 2개월여 만에 새누리당으로 복귀하게 됐다.
지난달 17일, 친박계는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 추인을 위해 개최될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무산시키는 무리수를 뒀다. 혁신위원장으로 비박계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이, 비대위원으로 이혜훈·김세연·김영우·이진복 의원 등 ‘유승민계’와 ‘김무성계’가 대거 포함된 데 대한 ‘실력 행사’였다.
이처럼 친박계는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친박 우위’의 당내 역학구조를 만드는 데 골몰했다. ‘김용태 혁신위’ 무산과 ‘김희옥 혁신위’ 출범은 그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대위는 친박계의 뜻과는 다르게 기습적으로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승인했다. 친박계가 구성한 비대위가 친박계의 뜻을 거스른 셈이다. 김태흠·김진태 의원 등이 복당 결정에 대해 ‘비대위 쿠데타’라며 격분하는 배경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새 판 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돈다. 이런 시각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친박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결과(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는 30.6%로 30.2%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에 불과 0.4%포인트 앞섰다. 40%를 상회하던 정당지지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실제 민심은 여론조사보다도 훨씬 나쁘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패배 책임론’을 짊어지고 있는 친박계가 계속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이미지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다. 새누리당으로서도 ‘분위기를 바꿀 때’가 됐다고 느꼈을 법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새누리당에게 유 의원 복당을 강요했다는 해석도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는 불과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새누리당에는 마땅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지목되고 있으나, 〈리얼미터〉 조사에서 반 총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검증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이 충분히 위기감을 느낄 만한 결과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새 판 짜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국민적 인지도와 혁신 이미지를 모두 갖춘 유 의원을 구원 투수로 불러들였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원내대표단 소속 일부 의원들과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다 함께 토론해서 결정했고, 계파문제를 다 해결하기 위해 큰 틀에서 비대위원님들이 나름대로 결정한 것”이라며 친박계의 반발을 일축했다. 비박계뿐만 아니라 당 전체적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비박계로 분류되는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친박계에서는 비대위 탓을 하지만, 지금 비대위는 김용태 혁신위를 무산시키고 친박계 쪽에서 세운 사람들 아니냐”며 “(이번 복당 결정은) 친박계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결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원진 의원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아군’이라고 믿었던 비대위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유 의원의 복당은 단순한 ‘비박 쿠데타’가 아니라 친박계가 포함된 새누리당의 ‘지형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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