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안갯속이었던 아워홈 승계구도가 막내딸 구지은 전 부사장에서 장남 구본성 대표 체제로 굳혀졌다. 범 LG家에서 최초로 여성 임원의 명찰을 달고 10여년간 경영 전면에 나섰던 구 전 부사장이 승계구도에서 밀려나면서 결국 ‘금녀의 벽’은 넘지 못한 모양새다.
아워홈은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최대주주임에도 그동안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구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4월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되면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구 대표이사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헬렌 커티스와 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 글로벌 기업과 은행,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경영 실무능력을 쌓았다. 또한 동경 법정대 객원 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임원을 역임하는 등 미시·거시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영 전문가다.
구 부회장이 아워홈을 이끌게 되면서 구 전 부사장의 아워홈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 전 부사장은 구 회장의 자녀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구 전 부사장은 지난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한 이후 글로벌 유통과 외식사업 등 아워홈 일선 경영을 이끈 장본인이다. 지난 2004년 매출 연 5000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리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승계 구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 3월 구 전 부사장이 등기이사에서 해임되고 이후 구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등재되면서 승계 추는 장남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이에 앞서 아워홈 내부에서는 승계 구도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구 전 부사장은 입사 후 12년 간 아워홈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 7월 기존 경영진과의 불화설, 아버지 구 회장과의 의견 충돌로 보직 해임됐다.
이후 지난 1월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3개월 만에 계열사인 캘리스코로 이동하면서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구 회장이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구 대표이사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영진 간 갈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경영진 간 갈등설은 끊임없이 제기됐으며 지난해에는 6개월 만에 CEO가 세 번 교체되는 등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보유 지분의 한계도 있었다. 구 대표이사는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구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20.67%이다. 나머지 지분은 구미현(19.28%), 구명진 아워홈 위원(19.60%) 등 자매들이 나눠 가진 상황이다.
또한 범LG家인 아워홈이 그룹 내 가풍인 장자승계 원칙을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가는 기본적으로 장자 승계가 원칙으로 굳어져 왔으며 이 때문에 구 대표이사가 구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참여 차원에서 구본성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이라며 “아워홈이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함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 ‘2020년 매출 2조5000억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한 아워홈은 현재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급식시장 개척 가속화와 국내 사업 선진화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어 구 대표이사의 경영능력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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