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박근홍 기자 오지혜 기자)
스크린 골프장의 전성시대다. 처음엔 생소한 사업이었던 스크린 골프장은 이제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기계 개발로 스크린 골프시대를 연 선두주자, 업계 1위 골프존은 매출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 됐다.
그런데 최근 골프존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골프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내세워, 자사의 기계를 구입한 사업장 점주들에게 부당한 강매와 착취 등을 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골자다. 법망의 구멍과 국회의 수수방관 속에 골프존과 스크린 골프 사업자 모임인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전골협)과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골프존의 문제를 넘어서, 스크린 스포츠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나타난 거대한 암초다. 대기업이 된 거인의 ‘갑질’인가, 아니면 이해 충돌로 생겨난 성장통인가. 그리고 스크린 스포츠 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해 국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시사오늘>이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프랜차이즈 전환, 심판이 없으니 정답도 없다
골프존이 점주들과 갈등을 빚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스크린 골프장이 ‘사실상’ 가맹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가맹사업자로서의 책임을 도외시했다는 부분에 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도덕적으로는 골프존에 책임이 있을지 모르나,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은 ‘프랜차이즈 법(가맹사업법)’ 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골프존과 같은 ‘사실상의 가맹사업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골프존이 프랜차이즈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그간 골프존과 점주들의 모임인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전골협)의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한 이유도 관련법의 부재에 기인한다.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기계를 파는 회사’를 자처하는 골프존은 상권보호나 과밀화를 고려하지 않고 스크린 골프 기계를 판매했다. 전골협은 “(골프존이) 옆 건물 심지어 같은 건물에도 몇 개씩 기계를 팔고 매장을 오픈시켰다”고 주장한다. 상권침해를 받은 점주들은 속이 끓었지만, 가맹사업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우니 골프존 측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스크린 골프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더욱 빨리 불거졌다. 골프존 측 역시 예상치 못한 사태임을 인정한다. 골프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마도 일반사업에서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처음 골프존이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다. 가급적 점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프랜차이즈 전환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회는 전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법의 구멍 속에서, 지난 2014년 이뤄진 골프존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적이나 시정명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맹사업법의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골프존은 매장의 수를 제한 없이 늘릴 수 있었다. 2008년 1500여개였던 스크린골프장은, 2014년에 이미 5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같은 시기 GS그룹의 편의점 ‘GS25’가 3800개, SPC그룹의 빵집 ‘파리바게트’가 21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숫자다. 골프존은 가맹사업이 아닌 덕분에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책임을 방기하다 도덕적인 물의를 빚게 된 상황이다.
‘골프존법’이 필요한 이유
골프존이 지금이라도 프랜차이즈 전환을 통해 가맹사업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을까. 우선 전환부터 난항을 겪는 단계다. 이미 골프존과 점주 간 깊어진 감정의 골과 불신, 그리고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프랜차이즈화 사업은 답보 상태다. 게다가 이미 벌어진 상권의 과밀화는, 능동적 대처가 어렵다. 누군가 사업을 포기하고 나서야 재진입을 방지하는, 불확실하고 수동적인 대처만이 가능하다.
골프존 측은 “협조하는 나머지 점주들을 대상으로 가맹사업 시범운영 지역을 모색 중”이라며 “가맹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상권마다 일정 수의 매장 이상은 오픈할 수 없도록 상권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골협 측은 “골프존이 신규 업그레이드 버전을 가맹점에만 팔고 비가맹점에는 팔지 않을 경우 비가맹점은 자연도태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그러면 누구나 울며 겨자 먹기로 가맹계약을 할 것”이라며 “이미 한 건물에 매장이 두 곳씩 있는 현 실정이 완화되겠느냐”고 반박했다.
법조계 전문가는 이런 현실에 대해 가맹사업법 개정 등을 통한 입법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경우에 따라선 ‘골프존법’의 신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당 문제를 다뤄 온 성춘일 변호사는 “가맹사업법 자체의 포섭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음은 성 변호사와 기자의 일문일답이다.
<시사오늘> : 골프존이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성춘일 변호사 : “골프존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거의 가맹점처럼 운영이 되는데 단지 상호를 동일하게 사용하지 않은 것 때문에 가맹사업이 아니라고 해서 적용을 못 받은 사례다. 스크린골프 분야에서는 골프존이 70퍼센트 이상의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호는 개별상호를 쓰고 있지만, 각 사업장마다 동일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써 붙이고, 골프존 홈페이지에도 각 사업장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시사오늘> :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가맹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성춘일 변호사 : 공정위뿐만 아니라, 판례에서도 적용이 안됐다. 공정위가 스크린 골프 사업의 시장 상황이나 해당 업체를 운영하는 시스템 상, 제가 보기에 가맹사업의 여지가 있는데 그 부분을 전혀 고려를 안 한 거다. 왜냐면 골프존에 판매업체가 따로 있는데, 자기들은 골프존 제조사라고만 이야기한다. 그래서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한 걸로 끝나는 관계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가맹점처럼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상태다. 라이브 프로그램 등 이용료를 부과 받고 있는데, 공정위는 그 관계를 실제적으로 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본 거다.
<시사오늘> : 법을 개정한다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성춘일 변호사 : “지금도 대리점법이 있다. 지금 골프존 사업장들은 실질적으로 대리점에 가까운 형태다. 그런데 대리점 관련 공정거래법 제정안이 작년에 들어갔다. 기존 법안들이 대리점 거래 부분을 보호하지 못해 새로 제정했다. 그런데 이 안에 본 내용은 전혀 없는 상태다. 통과만 된 거지. 그러니 대리점주들도 지금 보호를 못 받는다. 그래서 가맹법 대상 범위를 넓게 봐서 포섭을 하자는 거다. 넓게 보면 지금의 골프존 사태도 법 안에 포함되도록.”
<시사오늘> : 법 개정으로 골프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될까.
성춘일 변호사 : "해결되기 어렵다. 골프존이 뒤늦게 가맹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사업장이 과포화 된 상태에서 상권보호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맹사업의 본질은 가맹점 사이의 상권보호에 있지 않나. 가맹사업을 시작하면 영업지역과 출점개시 등 정보공개등록을 하도록 돼 있는데 골프존 사업이 시작된 해부터는 적용이 안 된다. 기존 사업장에도, 신설 사업장에도 불리한 조건이다."
거북이걸음 국회…점주들 다 죽어야 움직이나
골프존 파문은 일명 ‘골프존법(法)’ 제정의 당위성을 충분히 제공한다. 앞으로 스크린 스포츠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그리고 비가맹사업에서 가맹사업으로의 첫 전환 사례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파문에서 드러난 입법의 흠결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다면 일반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은 계속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9대 국회는 사실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고, 바통은 이제 20대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번 파문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국회는 억울한 사람들이 다 죽어야 이제야 움직인다’는 날선 비판이 나오기도 할 정도다.
그나마 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의 일부 의원이 관심을 보이고, 더민주 을지로위원회에서 내부 논의가 이뤄지는 단계로 알려졌다.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법적으로 골프존의 책임 방기를 막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우선 사업주들이 (지난 공정위 판단으로 가맹관계가 아니라고 포함된 데 대한) 손해 회복을 위해 개별적으로 피해를 받으신 점주 분들께서 골프존을 상대로 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하는 방안이 있고, 두 번째로는 법의 해석을 통해서다. 공정위에서 골프존 관련 업종이 가맹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렸지만,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 2조 1부에 가맹사업의 정의 규정에서 ‘가맹사업이라 함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서비스표·상호·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이하 생략)’라는 부분이 있다. 골프존 가맹점과 관련, 이 중 ‘그밖에 영업표지'에 해당할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 위원회도 논의 단계임을 밝혔다. 위원장인 더민주 우원식 의원 측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스크린골프는 일종의 신산업 중 하나인데. 시뮬레이션 스포츠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고 앞으로 VR과 맞물려서 커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다. 지금 단계로는 을지로위원회가 문제에 대해 인지를 했고, 과연 입법적인 측면을 포함해 문제해결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산업의 장래성, 사업 규모를 봤을 때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사무국에서 현장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 한 상태다”
<시사오늘>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번 파문의 당사자들도 국회가 입법 활동을 서둘러줄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골프존 측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도 피해자다. 제대로 된 법이 구비돼 있었다면 이렇게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국회가 제도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제도의 틀에서 점주들과 얘기를 나눈다면 이번 논란이 잘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국회의 입법을 당부하면서 박근혜 정권을 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송 이사장은 “현 정권에 들어서 각종 기업 규제를 철폐하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 사람들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며 “골프존 점주들은 가맹사업으로의 보호를 받고 싶었는데 받지 못했고, 골프존은 이미 점주들이 무너진 실정에서 이제야 가맹전환을 한다고 한다. 기존 점주들은 상권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국회에서 필히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좌우명 : 행동하라
스크린골프장이 해당업체의 기계만 사용하면 상관없어. 그런데, 일부 업주들이 여러업체의 기계를 혼합해 쓰고 있는데, 이를 얘기안하고, 또한 혼합으로 사용하는 업주들에게 보상으로 중고시세 2배이상으로 재매입하는데, 참으로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