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대표 선수’ 유승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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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대표 선수’ 유승민의 딜레마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20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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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층 겨냥이냐 TK 지지층 지키기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진 유승민 의원 ⓒ 뉴시스

유승민이 고민에 빠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탓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정부가 사드 배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2014년 11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추궁하며 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촉구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사드 찬성론자로 꼽힌다. 하지만 사드 배치 지역이 TK(대구·경북)의 성주로 결정되면서, 유 의원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초 사드 배치는 유 의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사드 무용론’을 주장하던 시절부터 도입을 주장해온 유 의원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반추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정치적 노선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지역이 TK로 정해짐에 따라, 유 의원은 ‘TK의 적자’와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 중 한 쪽을 택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대권 후보 유승민’은 TK라는 지역 기반과 ‘합리적 보수’라는 철학적 기반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다. TK와 새누리당이라는 강고한 지지세 위에 중도보수층을 끌어당길 수 있는 확장성이 더해지면서 유 의원은 파괴력 있는 대권 후보로 떠오를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TK의 적자’와 ‘원칙주의자’ 이미지는 그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엔진 역할을 해왔다. 이른바 ‘원내대표 찍어내기 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도 의회주의를 추구하는 모습은 중도보수층뿐만 아니라 야권 지지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여기에 부친이 유신 정권 때 ‘소신 판결’을 내렸던 유수호 전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원칙주의자적 이미지는 한층 더 강화됐다.

한편으로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당을 떠나야 했던 유 의원을 지탱한 것은 TK였다. TK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 의원에게 75%가 넘는 지지를 몰아주면서 ‘TK의 적자’ 체면을 세워줬다. 본인도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을 자청하면서 TK와 함께 대권으로 진격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사드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 의원은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있다. 자신의 오랜 신조였던 사드 배치와 TK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 의원은 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지난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방부나 군이 주한미군과 함께 입지를 결정한 뒤 그 입지가 군사적으로 왜 최적의 입지인지, 주민 피해는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그런 설명이 납득할 만하면 수용할 수 있는 문제”라며 사실상 사드 TK 배치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전문가들은 유 의원의 행보가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새누리당 후보로서 자신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표 확장성’을 포기하기보다는 당분간 TK의 미움을 사더라도 ‘멀리 보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구 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는 “최경환 의원은 대권 후보가 아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청도 기반이기 때문에 다소 덜컹거림이 있더라도, 결국 TK는 유 의원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은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지켜나가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대구에 거주하는 한 30대 남성은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유승민(의원)이 말을 바꿨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이 말을 바꾼 게 뭐 있나”라며 “사드 배치 찬성하던 사람이 자기 동네에 그거(사드) 들어온다고 갑자기 돌변하는 게 말 바꾸는 거지 TK가 감당해야 한다고 하는 게 말 바꾸는 거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드 찬성하다가 막상 TK에 들어온다니까 눈치 보면서 우물쭈물 하는 사람보다 훨씬 믿음이 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 의원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TK 지역 언론에서는 연일 ‘유승민 때리기’에 나섰고, 일각에서는 ‘배신자론’까지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의 한 관계자는 20일 “유 의원이 사드 TK 배치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반대 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 의원에 대한 TK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대권으로 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TK는 잡고 가야 하는데, 너무 원칙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자칫 ‘텃밭’이 돼줘야 할 TK부터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정치 지형상 확실한 지역 기반 없이 대권을 쟁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도층 유권자가 30%를 넘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만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는 불가능하다. ‘TK의 적자’이자 ‘합리적 보수’ 유 의원이 결코 쉽지 않은 시험대에 올랐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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