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대한민국의 자본주의가 갈수록 삐뚤어져 가고 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천박한 대한민국식 자본주의가 정착(?)돼 가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하고 있다.
대표적인 천박한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것이 일부 재벌들의 갑질이다. 재벌들의 갑질에 국민들은 “또 터졌군” 등의 반을을 보이며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 재벌들의 숯한 갑질에 재벌은 곧 갑질이라는 대명사가 각인이 될 정도다.
혹여나 국어사전에 ‘재벌=갑질’이 등재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그동안 재벌들의 갑질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이른바 ‘운전사 갑질 매뉴얼’로 논란을 일으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결국 근로기본법 위반 혐의로 지난 21일 검찰에 넘겨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일선 사장은 3년간 운전기사 71명 중 61명에 대해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했다. 이들은 주 80시간을 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중 한명은 폭행도 당했다. 현대비앤지스틸 운전기사 중 정 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사람은 12명이다. 정 사장이 3년간 운전기사 12명를 갈아치운 것이다. 갑질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앞서 정일선 사장 운전기사들은 140여 쪽에 달하는 매뉴얼을 숙지하고, 매뉴얼대로 하지 않으면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해 파문이 일었다.
정일선 사장은 현대家 3세로, 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인 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재벌 갑질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14년 12월 조현아의 ‘땅콩회항’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던 조현아가 땅콩을 접시에 서비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항하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 화제가 됐다. 해당 사건은 국내는 물론 외신의 조명까지 받으며 국제적 망신을 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 조현민 전무는 복수를 꿈꾸는 카톡을 주고 받은 것이 세간에 알려지며 국민들을 더욱 공분케 했다.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도 여객조종사들이 비행 전 수행절차를 짚어낸 글에 ‘개가 웃어요’라는 댓글을 달아 ‘리더의 참모습이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숙취해소음료 ‘여명808’로 유명한 남종현 그래미 회장은 당시 대한유도회장이던 지난해 6월 유도회 산하연맹 회장을 ‘충성맹세’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맥주잔으로 폭행했다.
당시 남 회장은 이 씨를 불러 “너 반기를 든 X 아니냐? 다른 X들은 다 충성맹세를 했는데 넌 왜 안 해? 무릎 꿇어”라며 욕설을 했고, 맥주잔으로 이 씨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장수 간장제조기업인 몽고식품의 김만식 회장은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져 지판을 받았다.
김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은 정강이와 허벅지, 가슴, 어깨 등 가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동안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심지어는 운전기사의 부모님에 대한 욕까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식당에 입점한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폭행)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앞서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폭언과 자서전 강매, 부당계약 등 갑질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정우현 회장은 과거의 말과 너무 다른 행동으로 비난은 가중됐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람을 중시’하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자’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꾼은 사람을 벌고 아마추어는 돈을 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 “언제나 상대를 섬기는 정신을 가지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자기 성공의 비결이 바로 돈이 아닌 사람을 쫓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정우현 회장은 특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을’에서부터 시작해서 성공한 사람이라고도 밝혔다. 갑이 된 후에는 재벌들의 ‘갑질’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그의 행동이 앞뒤가 맞는지 묻고 싶다.
이 외에도 최재호 무학소주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논란, 2013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공항 용역직원 폭행…. 여기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과 성폭행 등 재벌들의 갑질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왜 재벌들 사이에서는 이런 갑질이 횡행할까? 천박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천박한 의식이 아닐까 싶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이 땅에서 정권을 잡은 자들과 자본을 가진 자들이 협력을 통해 만들어 낸 천민 자본주의.
결국 자본은 권력을 뒤흔드는 무기가 됐고, 돈이면 안 된다는 그릇된 사고가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도 돈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고,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있다는 속된 말이 떠돌고 있을 정도로 돈과 권력은 동일시되고 있다.
국민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즈’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의 리그에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만 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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