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소비자 보상 내용은 비밀"…의혹만 키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최근 차량 품질 문제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 코리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 화재 사고까지 잇따르며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올해에만 8월 초까지 한 달에 2번꼴로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에 이어 '불자동차'라는 오명을 되풀이하고 있는데다, 폭염까지 겹치며 발화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고객들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벤츠 코리아 측은 화재 차량 고객 보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벤츠 코리아가 화재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하면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9일 업계와 <시사오늘>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총 12건의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 차량 결함 의혹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차량 화재는 수치 상 18일에 한 번씩 사고가 발생한 꼴로, 대부분 엔진룸 주변에서 연기가 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첫 화재 사고는 지난 1월 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주행 중이던 벤츠 S350 차량에서 발생했다. 불은 차량 엔진룸 쪽에서 시작돼 소방서 추산 6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2월에는 2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26일과 28일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 각각 900만 원, 4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들 사고 모두 엔진룸에서 불이 났다.
3월 19일에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에 불이 났다. 불은 차량 뒷부분과 엔진룸 등을 태워 1500만 원의 피해를 냈다.
4월에는 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7일 서울 마포대교를 달리던 차량에 불이 나 전소(1500만 원 피해) 됐으며, 12일에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벤츠 CLS55 AMG 차량 보닛에 불이 났다. 30일에는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양재나들목 부근을 달리던 차량에 불이 나 4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5월에도 3건의 사고가 잇따랐다. 24일 청원∼상주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주행 중이던 벤츠 C220 차량에 불이 나 전소(1770만 원 피해)됐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인천시 서구 검단산업단지 인근에서 벤츠 S63 AMG 차량에 불이 났다. 불은 차량을 절반가량을 태워 6000만 원의 피해를 냈으며 운전자는 손가락에 2도 화상을 입었다. 27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화재가 발생, 차량은 전소돼 600만 원의 피해를 냈으며 운전자는 불을 끄려다 손에 화상을 입었다.
7월 14일에도 서울 용산구 강변북로를 주행 중이던 벤츠 차량에 불이 나 880만 원의 피해를 냈다.
8월에는 화재는 이어졌다. 1일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벤츠 M클래스 차량에 화재가 발생, 3200만 원의 피해를 냈다. 차량은 엔진에서 이상음이 발생해 벤츠 서비스센터로 가던 중 불이 난 것.
이처럼 벤츠 코리아는 올해 원인 미상의 차량 화재 사고로 알려진 것만 2억7000만 원 가까운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과 원인 규명은 지난해 '불자동차' 논란이 벌어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조하는 벤츠 브랜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츠 코리아 측은 차량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서비스센터에 입고해 화재 원인을 파악한 후 적정 보상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소된 차량의 경우 화재 원인을 명확히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소비자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던 BMW가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한 고객들에 한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취했던 점을 언급, 벤츠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벤츠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화재 사고까지 터져 나와 수입차 브랜드 중 벤츠가 눈에 난 부분도 있다"며 "아직까지 판매량은 수입차 넘버원이지만 고객 만족을 등한시하고 국내에서 이익만 취하려는 행태에서 소비자들의 염증도 늘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비업계에서도 벤츠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유명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벤츠 차량 화재는 차량 결함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엔진룸 자체의 설계가 국산차와는 달리 엔진을 비롯한 부품들로 꽉 차 있어 열이 빠지기 쉽지 않은 구조인데다 디젤엔진의 경우 DPF(디젤 미립자 필터)가 엔진에 가까이 설치, 내부 열을 증폭 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연료나 엔진오일의 배관들이 쇠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인데다 볼트로 조이는 방식이 아닌 끼우는 방식으로 돼 있어 차량 진동에 의해 충분히 누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 샌 오일이나 연료가 엔진 고열에 의해 발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끔 수입차 업체들이 차량 화재와 관련해 사설 업체를 통한 수리를 트집 잡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것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할 말이 없기에 애꿎은 정비 업체들에 책임은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올해 발생한 차량 화재 건의 원인을 조사 중인데다 일부 마무리된 케이스의 경우 고객 정보 보호 등과 관련해 그 원인과 소비자 보상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발생한 차량 화재 사고들의 통계치나 보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메르세데즈 벤츠 코리아는 고객의 안전과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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