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 이정현 대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TK(대구경북) 출신 추미애 대표를 사령탑에 앉히는 등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재계는 여전히 지역차별적 인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오늘>이 29일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들의 주요 임원진 출신지를 전자공시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호남 출신 인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사장급 이상 임원진은 서울 출신 3명, 영남 출신 2명, 강원 출신 1명으로 구성됐다.
이재용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 스마트폰부문 사장 등이 서울 출신이고, 이건희 회장(경남 의령)과 '울릉도의 전설' 윤부근 소비자가전부문 사장(경북 울릉)은 영남 태생이다. 윤부근 부회장 겸 삼성미래전략실 실장의 고향은 강원 삼척이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출신 4명, 영남 출신 2명, 경기 출신 1명, 강원 출신 1명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수장 정몽구 회장은 북녘에 있는 강원도 통천군에서 태어났다. 정의선 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권문식 부회장, 윤여철 부회장이 서울 출신이며, 김용환 부회장은 경기 평택이다. 윤갑한 사장과 이원희 사장은 각각 경북 경주, 경남 김해 출생이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삼성물산은 서울 출신 1명, 충청 출신 2명, 강원 출신 1명으로 집계됐다.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은 초등학교 멕시코, 중학교 영국, 고교·대학 시절은 미국에서 지낸 글로벌파로 통하나 충청 출신으로 분류하는 게 중론이다.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 사장의 부친 故 최경록 전 장관이 충북 음성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봉영 리조트부문 사장도 충북 진천이 고향이다. 김신 상사부문 사장은 강원 강릉 출신이고, 이서현 패션부문 사장은 서울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출신 2명, 영남 출신 3명으로 주요 임원진이 구성됐다.
최태원 회장은 경기 수원, 김준호 경영지원부문 사장이 경기 이천 태생이다. 박성욱 사장은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고, 임형규 부회장과 박정호 이사(SK주식회사 사장)가 각각 경남 거제, 경남 마산 출신이다.
이외에도 포스코(권오준 회장- 경북 영주, 김진일 사장- 경기 화성, 황은연 사장- 충남 연기), 아모레퍼시픽(서경배 회장- 서울, 심상배 사장- 충남 아산) 등에서도 사장급 이상 임원진 가운데 호남 출신은 전무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재계 주요 인사들 중에 호남 출신이 없는 원인으로 대기업들의 경영기반이 주로 수도권이나 서울에 있다는 점, 호남 차별 정서로 인해 호남 사람들이 승진이 어려운 점을 꼽는다.
또한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지역차별적 인사가 악순환처럼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의 한 보좌관은 29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대기업 임원 승진 대부분이 발탁 인사다. 능력과 성과 위주가 아니라 인맥으로 승진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지 나눠주려 하지 않는다. 판을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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