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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김영란법, 말 많지만 공직자 청렴도가 중요”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8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2016년 09월 07일 (수)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송오미 기자)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리더십 실종이 대한민국 위기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 시사오늘

대한민국은 ‘열정 공화국’이다. 10대는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책상을 떠나지 않고, 취업을 위해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뛰어다니는 20대는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이미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불태운다. 누군가는 ‘노력’하라고 꾸짖지만, 2016년 대한민국에서는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노력의 증거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위기에서 빠져나올 줄 모른다. 모두가 노력하지만, 아무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지난 6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 위기의 원인을 ‘리더십 실종’으로 진단했다. 그는 넘쳐나는 국민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지 못한 리더십 부재야말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정치, 2류도 안 돼”

김 전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이 정치·안보·경제·인구의 ‘4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정치 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치가 욕을 많이 먹는다. 국민이 볼 때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은 모두 1류 국가를 원한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전부 1류다. 자동차도, 조선도, 석유화학도 다 그렇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1류라는 건 세계가 인정한다. 그런데 정치는 어떤가. 1류라고 할 수 없다. 지난 총선 때만 봐도 새누리당이 공천 문제로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도 못 고친다. 지적을 받으면서도 못 고친다는 건 1류는커녕 2류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이 우리 정치는 3류, 4류, 5류라고 그러지 않나. 대혁신이 필요한 단계다.”

그는 ‘청렴’을 강조하며 지도층부터 바뀌어야 대한민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뉴스를 보면 고위층이 ‘썩을 대로 썩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현직 검사장과 부장판사가 구속되고,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이 경찰청장이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회 지도층이 너무 썩었다. 많이 삐뚤어졌다. 공직자가 될 사람은 반드시 공공의 마인드, 공인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공(公)은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엄격한 의무를 누구보다도 잘 지켜야 한다. 자기희생과 절제를 하지 않는 사람은 고위공직에 올라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위해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모든 권한이 검찰에게 있다. 검찰이 독점한 권한을 나눠줘야 한다. 간단한 것은 경찰에게 주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것은 고위공직자수사처에 주고, 이들의 비리는 또 검찰이 감시하면 된다. 상호 감시하면서 철저히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와 기소를 가능하게 해야 우리 고위직이 깨끗해질 수 있다. 그러면 아랫물도 획기적으로 맑아질 거다.”

김 전 지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요즘 ‘김영란법’으로 말이 많다. 농·축·수산물부터 시작해서 화훼농가까지 불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들의 청렴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이 망한 것도 공직이 썩어서 그런 것 아니었나. 썩은 나라는 망하게 돼있다. 아직 발전이 덜 된 나라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어보면 답이 없는 게 문제라고 한다. 무슨 뜻이냐면, 공직이 썩어서 일처리를 하는 데 정해진 메커니즘이 없다는 거다. 공직자들에게 줄을 대야 일이 풀린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그 꼴이 되면 안 되지 않나.”

   
김문수 전 지사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시사오늘

“불확실한 안보는 곧 국가의 위기”

정치 상황에 대해 열변을 토한 김 전 지사는 자연스럽게 안보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그는 북한의 핵 문제를 지적하며 무분별한 반미 운동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핵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우리나라를 능가해버렸다. 재래식 무기로는 핵을 상대할 수 없다. 용산미군기지에 핵이 떨어지면 몇 명이 죽을 것 같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미 국방성 자료를 보면, 50~60만 명이 죽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북한은 선군 정치, 군사우선 정치를 한다. 못 먹어도 핵은 만들자, 미사일은 시험하자 하는 게 북한의 목표다. 이렇게 군사력에만 집중하니까 미사일은 괌을 명중시킬 만큼 정확해졌고,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탐지도 안 된다. 어느덧 일본과 미국 본토를 위협할 지경까지 됐다.”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핵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힘을 빌리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안보에 대한 반미운동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 보면 안보가 불확실해진다. 안보의 기본은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불확실하게 하는 것은 안보의 위기이자 국가의 위기다.”

“정치가 우수한 인재 역량 끌어내야”

김 전 지사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우수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정희 정권 때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을 시작해서 지금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이게 수명이 다했다. 이세돌 대 알파고 바둑 대국을 보지 않았나. 지금은 인공지능이나 무인자동차, 유전자 분석을 통한 의료기술 같은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대에 가서 임상만 하지 연구는 안 하려고 한다. 연구 해봐야 춥고 배고프고 불확실하니까. 확실하고 안전한 개업의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 공대 가봐야 고생하고 승진도 안 되니까 안 가려고 하는 거다.”

“박정희 정권 때는 해외에 있는 연구자 중에 제일 능력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한국으로 끌어들였다. 그런데 지금은 능력 있는 사람들을 미국·중국이 다 스카우트 해간다. 미국·중국에서는 연봉을 10배씩 주기 때문에 인재 유출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러면 백전백패다. 결국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건 인재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에너지라는 게 있다. 이걸 잘 조직해서 아웃풋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이 갖춰져 있지 않다. 정치가 이런 것을 해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열정과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인구 문제 해결해야”

김 전 지사는 저출산 고령화에서 비롯된 인구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경제적 지원과 좋은 양육 환경 조성만이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구 문제도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시나 노래보다도 아름다운 것이고, 아이를 낳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일 아닌가. 문제는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출산하는 부모에게 현금을 주는 것을 정책의 기본 개념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제도도, 어떤 공무원도, 어떤 정치인도 부모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생각할 수 있겠나.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선택권을 줘서 아이를 키우는 데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본다.”

“사교육비도 문제라고 하는데, 사교육 안 시키도록 공교육 수준을 높이면 된다. 공교육 수준을 높여서 부모가 만족하게 만들면 되지 않나. 어린이집도 24시간 어린이집을 만들어서 부모를 지원하면 된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생님들 사택을 지어주고 수당도 줘서 24시간 어린이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지원해주면 양육 문제가 해결된다. 주택 분양권도 아이가 많은 가정에 먼저 주면 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전 지사는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지금 정치, 안보, 경제, 인구 위기를 맞고 있다. 지도자들이 국익보다는 사리사욕에 몰두하면서 리더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해보자는 정신으로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한번 해 보자!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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