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할 공공기관이 인사채용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연봉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던 명성과 달리 인사채용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별 채용제도 문제도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떠올라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지난 22일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용 비리 관련 감사원 처분요구 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인사채용 비리는 총 335건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인사 지침 위반…인사 비리 관행”
먼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의 주먹구구식 채용절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의 인사채용 실태를 확인한 결과, 건강보험공단이 인사운영 지침을 위반하고 채용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5일 복지부 자체 감사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기간제 근로자 기록물연구사 2명을 행정직 6급으로, 2015년에 기간제로 인하던 변호사 3명을 절차 없이 특별 채용한 것이 확인됐다. 특히 기록물 연구사나 변호사는 공개채용이 원칙이기 때문에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이들은 적어도 제한경쟁시험방식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의사결정만으로 특별 채용됐다.
복지부는 또한 2013년 이후 공단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 시험과정에서도 면접위원을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해 모두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 자체 감사에서 위법한 인사채용으로 경고를 받았다”며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한 후 이들을 아무런 경쟁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공공기관에서 이뤄져 온 인사 비리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특허청 산하기관 재취업창구 전락…낙하산도 공공연”
특허청 산하기관들이 정치권 고위급 관계자들과 퇴직자들의 재취업창구로 전락하거나 낙하산 임명 등으로 인사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특허청 산하기관의 인사 채용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특허청과 특허정보진흥센터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정보진흥센터 제 13회 운영위원회에서 선임안이 의결된 2명의 신임 본부장 중 A씨가 관련업무와 무관한 정당인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정보진흥센터는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복합사업본부장에 선임된 A씨는 과거 한나라당 정당인으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김 의원실측은 특허정보진흥센터측에서 A본부장 임명 과정이 소정의 절차를 밟은 것이며 전임자 임기만료에 따른 채용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병관 의원은 "정부가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사장과 임원 뿐만 아니라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공공기관에까지 해당 업무와는 무관한데도 단지 선거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금융공공기관도 40%가 낙하산”
인사 채용 비리는 금융공공기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융공공기관 현직 임원의 약 40%가 낙하산 인사였다.
금융공공기관 및 공공기관 지분보유 금융회사 27곳의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 현직 임원 전체 255명 중 97명이 관피아(모피아 포함), 정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낙하산 척결’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공공기관에 낙하산은 공공연한 관행으로 행해졌다. 특히 정권, 정계를 의미하는 ‘정치’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정피아의 수가 모피아, 관피아 출신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민주 채이배 의원이 분석한 ‘금융공공기관 및 금융공공기관 지분보유 회사의 낙하산 임원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원 255명 중 17%에 해당하는 44명이 정부 관료 출신의 관피아였고, 정피아는 53명으로 전체 임원의 21%에 해당했다.
특히 27개 금융기관 중 임원 대비 낙하산 인사 비중이 50% 이상인 기관이 9곳이었으며, 9곳 중 5곳이 모두 기업은행 및 기업은행 계열 금융기관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에도 임원 14명 중 9명이 낙하산 인사로 낙하산 비중이 64%였다. 특히 신용정보기금의 낙하산 인사 9명 중 7명이 정피아로 한나라당 출신의 김기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감사로, 이기동 전 충북도의회 의장이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27개 금융기관의 낙하산 임원 명단을 공개하며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는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는 지속되고 있다”며 “전문성도 없고 업무에 문외한인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을 논공행상 식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채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조선업에 문외한인 정피아들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선임함으로써, 회사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부실을 키운 결과가 바로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부실사태”라며 “금융 기관의 경우 금융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은 물론 윤리성, 책임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전문성 없는 정피아 낙하산 인사를 즉시 해임시킬 것”을 요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민주 김해영 의원도 금융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6년 임원현황’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년 공직자 취업제한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정부 출범(2013년 2월) 이후 현재가지 금융공공기관 및 금융협회 등 유관기관과 금융회사에 임원급으로 취업한 공직자, 금융권, 정치권 출신 인사가 총 204명이라고 밝혔다.
년도 별로는 2013년 30명을 시작으로 2014년 59명으로 증가했으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2015년 51명으로 감소됐다. 하지만 2016년 64명으로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해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에 금융권 낙하산 인사 투입이 또다시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해영 의원은 “올해 하반기 한국거래소를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 공사,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교체되는 기관장에 낙하산 인사 우려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 기치에 맞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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