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월의 풍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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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월의 풍성함
  • 채완기 자유기고가
  • 승인 2016.10.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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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채완기 자유기고가)

민등산 억새 축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 축제, 서울 억새 축제, 장성백양 단풍축제….10월에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는 수십 곳에 이르고 있다.

축제라는 것은 무언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모여서 벌이는 행사를 말하는 것이다.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한국 문화의 큰 특징인 가무를 즐기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유독 10월에 축제가 많은 것이 과연 우연일까?

요즈음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니 돈이 있어야 배가 부르겠지만, 예전에는 들판에 익어가는 벼 나락만 보아도 배가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쌀 수확이 많으면 당연히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많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양 만 있어도 배가 부르던 시절이었다.

요즘도 들판에 나가보면 벼를 베고 난 자리가 허전하게 비어 있지만 여전히 가을에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수확을 마친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밤이 떨어진 자리에는 쭉정이로 변한 밤송이만 자리잡고 있지만, 누군가의 입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을 거란 생각에 왠지 기분이 좋다.

그런데 요즘 열리는 축제를 살펴보면 ‘과연 이것이 축제 맞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 눈에 뜨인다. 특히 자신의 몸을 힘들게 만들며, 멀리까지 달려가서 힘들게 산을 오르는 억새 축제가 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서 앞 사람의 엉덩이만 쳐다보면 걸어 올라가는데도 매년 빠짐없이 이어지며, 오히려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으니 이 것만 가지고 축제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먹거리가 풍성해서 말이 살이 찌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초원 생활을 하는 흉노족들이 들판이 얼어붙고 먹을 것이 없을 것을 대비하여 농경생활을 하는 중국인들을 약탈하게 되었으며, 이를 두려워한 중국인들이 말이 살찔 때가 가장 두렵다고 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길가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도토리 나무는 참나무를 일컫고 있으며, 상수리 나무라고 한다.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 때 피난 갔을 때 먹어 보고 항상 수라상에 올리라고 하였다 하여 상수리나무라고 한다. 그러나 도토리는 이제 함부로 주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산에 사는 짐승들이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 보니 도토리는 큰 먹이이며, 다람쥐, 멧돼지 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약탈이 될 수 도 있다. 멧돼지가 민가를 덮치는 일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점점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해 가는 감은, 많이 먹으면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지만, 비타민C, A, 탄닌, 칼륨,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하며, 고혈압 예방에 좋은 과일이다.

피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비타민이 풍부하여 잡티나, 기미, 여드름의 완화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추는 수분 보충에도 효능이 있으며, 대추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암을 유발시키는 물질을 외부로 배출 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갱년기 우울증이나 염증 완화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니 지금 떨어지는 대추를 그냥 볼 것이 아니고 영양 덩어리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가을에는 우리를 풍성하고 배부르게 만들어 줄 먹거리들이 주변에 많아서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이렇듯 가을은 풍요롭기도 하지만 겨울의 추위를 준비하는 썰렁함도 지니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서민경제는 너나 할 것 없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것을 다스리고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은 다른 일로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렇게라도 축제를 벌여서 시름을 덜고, 다시 돌아와 생업에 열중한다면 어려운 세태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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