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 중심에 섰다.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 문 전 대표를 겨냥한 여권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의 ‘조기등판론’이 제기된다.
앞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엔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국정원장이 남북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 제안을 했다.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남북경로로 확인을 해보자고 결론내렸다.(동의했다)”라는 대목이 실렸다. 이에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가 북한의 눈치를 봤다는 주장과 함께 ‘국기문란’이라며 청문회‧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는 16일 즉각 자신의 SNS를 통해 “부처 간 입장이 엇갈렸고, 노무현 대통령은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 의견을 따라 기권을 결정한 것이다”라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북한 인권 개선에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비롯한 당시 참여정부 관계자들과 야권 인사들이 문 전 대표의 뒤를 받치고 있지만, 상처가 예상된다. 북풍(北風)의 힘이 약해졌다 하더라도, 대선 후보급 인사로서는 충격을 피하기 힘들다.
이에 일각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의 ‘조기등판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낮다. 1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지사는 3.9%를 기록, 야권 내에서도 선두인 문 전 대표(20.1%),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9.6%), 박원순 서울시장(6.0%), 이재명 성남시장(4.6%)에 이어 5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안 지사가 손꼽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친노 주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참여정부를 향한 공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부분, 정치적 기반이 충청도라는 점 등이다.
우선 안 지사는 현 친문(親文)으로 불리는 친노계의 적자(嫡子)다. 한때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양날개로 꼽혔던 인사니만큼,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과도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참여정부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중 한 사람이었지만 200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고, 그 해 12월 결국 구속됐다. 참여정부 내내 공직을 맡지 않다가 이명박(MB)정부가 들어선 2008년 통합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정계에 복귀했다.
또한 안 지사는 야권을 대표하는 충청권 인사라는 점도 유리하다. 2010년 충남지사에 당선된 뒤, 2014년 재선하며 ‘대선후보급’으로 도약했다. 유난히 충청대망론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차기 대선에서 안 지사에게 이목이 쏠리는 이유 중 한 가지다.
대권 도전을 이미 공식화한 안 지사는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늦지 않았다. 1년이면 충분하다”며 “도정도 소홀함 없이 챙기면서 (대선에)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야권 정계의 한 소식통은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히 강고해 보인다. 북풍이 예전만큼 불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야권에서 누군가 치고 올라온다면 그건 안희정일 것 같다. 주류는 주류가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전체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좌우명 :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