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국정 감사 이후, 국회에 남은 올해 최대 뇌관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이 대선을 앞둔 마지막 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30일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는 대신, 교육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법안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에 대비할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이 누리과정을 정규예산에 편성하라며 특별회계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누리과정은 2012년부터 시작된 만 5세 이상에 대한 무상보육‧교육 지원 정책이다. 그런데 만 3~5세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예산 부담이 증가해 갈등이 촉발됐다. 사실 누리과정 예산 관련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 됐다. 특히 2014년부터 정기 국회 최대 쟁점사안으로 여야는 2015년에는 5000억원, 2016년도 예산안에는 3000억원을 각각 예비비로 지원하는 선에서 갈등을 매듭지었다.
與, '특별회계 법안' 신설…근본적 해결 대안 될까
그러나 정부여당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 신설이다. 누리과정 예산별도 편성에 반대하는 정부와 여당은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는 특별회계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재원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일반지방행정 예산으로 63조9000억원이 편성됐고 이 중 40조6000억원이 지방교부세로 전년보다 4조5000억원이 증액됐다. 누리과정 예산에 사용되는 지방재정교부금도 45조9000억원으로 확정됐다. 특히 내년 교부금에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로 5조199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누리과정(3조8294억원) △초등 돌봄교실(5,886억원) △학교시설 교육환경 개선(4558억원) △방과후학교 지원(3252억원) 등으로 용도가 고정된다.
2017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예정처도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의 설치 시 누리과정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野,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 해야…국고로 편성 필수
하지만 야당은 대통령 공약 사항을 정부 재정이 아닌 교육청 예산으로 부담시키려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자체가 부족하다며 예산 증액을 주장하며, 누리과정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의 사업이기 때문에 국고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간 공방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19일 국회에서 개최한 '201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도 벌어졌다.
경제재정연구포럼(대표 김광림·장병완 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야당이 줄기차게 특별회계 편성을 반대했음에도 5조원짜리 특별회계를 편성해 예산을 넘겼다”며 “중앙정부 사업을 일방적으로 지방정부에 강제 떠넘기기를 했는데 심각한 교육 지방자치를 위배한 것으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도 "누리과정 예산은 대통령 간판공약의 하나였다"며 "원칙적으로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보다 11.4%, 지방교부세는 12.5%가 증가해 누리과정의 재원부족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 지원은 필요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국회의장이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지정해 연말에 처리하는 방안을 국민의당 등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국회의장 직권 부수법률안으로 지정된다면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법안 발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민주 오영훈 의원은 ‘지방교육 재정 여건 개선 지원 특별회계 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것과 달리, 오 의원 법안은 누리과정만을 위한 5조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누리과정 예산안 논란과 관련해 19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야당의 핵심당직자는 “정부와 여당이 특별회계를 통해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지만, 여소야대인 현 상황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이를 해결할 대안과 방법도 많아 야당이 강행한다면 충분히 야당이 원하는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지난번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때처럼 또다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회고록 문제나 국정감사때 제대로 결과물을 얻지 못한 것을 생각할 때 누리과정에서라도 야당의 힘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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