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건설업계, 불황탓? 실상은 각종 '비리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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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 건설업계, 불황탓? 실상은 각종 '비리탓'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0.1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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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입찰 담합, 로비, 하청업체 옥죄기 등 각종 부정비리가 국내 건설업계에 만연해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검찰이 '원주-강릉' 철도건설 입찰 담합 혐의로 현대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장면 ⓒ 뉴시스

국내외 경기 불황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던 국내 건설업체들이 최근 줄줄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외수주, 국내 주택사업 부진의 진짜 이유가 업계에 만연한 건설비리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황탓'을 할 게 아니라 전체 건설업계의 자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당 차익·담합·갑질·로비 등 계속되는 건설비리

국내 굴지의 건설사 두산건설 등은 수서발 고속열차(SRT) 공사 과정에서 당초 계획된 공법과 다른 공법을 이용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주부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비리에 연루된 해당 업체 관계자들이 다수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0일에는 수서발 고속열차 공사 현장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해당 업체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한 사업변경이다. 부당한 차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정기관이 공사 과정 전반에 걸쳐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혐의 규명은 시간문제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하청업체에 대한 GS건설의 갑질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청업체 측은 GS건설이 미군기지 이전공사 하청업체에 일방적으로 계약변경을 고지하고 공사가 지연되자, 해당 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미지급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건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구축사업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저질렀다는 단서를 검찰이 포착,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의혹 관련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이 같은 건설비리는 비단 대형 건설업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견건설업체 서희건설의 경우, 일산2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식사 접대와 5만 원 상당의 답례품을 제공하는 등 로비를 벌인 의혹이 지난 8월 <시사오늘>의 단독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관련기사: "[일산뉴스테이 논란②]찬반 갈등 심화…조합원 분열",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555).

건설비리 고착화…"사회적 비용 연간 '수십조' 달할 것"

▲ '2012~2016년 업종별 공정거래법위반 현황' 상위 10개사. 건설업체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박용진 의원실

국내 건설업계의 비리는 점차 고착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민주 박용진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공개한 '2012~2016년 업종별 공정거래법위반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 214건, 과징금 7833억1500만 원을 부과 받아 건설·통신·제조·유통업 등 4대 업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과징금 부문에서는 2408억 원을 부과 받은 현대건설이 1위의 불명예를, 위반건수로는 대우건설이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건설비리는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해 1800억 원대에 머물렀으나, 올해(지난 8월 기준)에는 이미 약 3000억 원을 돌파했다.

박 의원은 "과징금과 위반건수에서 건설업이 모두 반칙왕 1위"라며 "건설업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관계당국에게 요구된다"고 질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비리의 만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건설비리가 건설업계의 실적 부진을 야기함은 물론,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지만 업체들의 부당행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건설업계의 이미지 타격 등을 고려하면 그 액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을 위반해 잠시 잠깐의 이윤을 쫓다가는 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올해 들어 해외수주고가 반토막 난 원인 중 하나도 한국식 영업방식을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는 곧 국민경제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엄중 처벌'·'혁신' 요구되는 시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계당국이 현재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건설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민주 박찬대 의원이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 중 무려 87%를 감면해 줬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감면한 사례는 이번에도 건설업체다. 공정위는 2015년 하도급법을 위반한 두산건설의 과징금 1169억 원을 감면해, 최종 2800만 원의 과징금만을 부과했다.

박 의원은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 업체들이 법을 준수하기 보다는 적발 후 과징금 감경에 집중할 것"이라며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서 법을 위반한 사업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각 건설업체들이 전사적 차원에서 혁신 구호를 드높여야 할 때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지난 6월 '건설산업과 정책'에서 "건설산업은 아직도 부정·비리·입찰 담합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건설산업의 가치를 재인식시키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산업의 하나로 인정받기 위해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건설산업 혁신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혁신 과제들도 여러 단체와 전문가들이 숱하게 제안했다"며 "이제는 혁신 과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한 건 한 건씩 실질적 개선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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