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의 비극, 언제까지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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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의 비극, 언제까지 볼 것인가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11.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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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개헌만이 반복되는 임기 말 대통령 비극 막을 수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1987년 민주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6번째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 이전 5명의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임기 말 모두 불행해졌다. 레임덕이 시작되면서 친인척 비리나 측근 비리로 정치권과 언론의 무차별 비난을 받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찌 보면 이들은 대통령제에서 권력의 속성에 희생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은 제도 개선보다는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부각시켰고, 결국 불명예스럽게 퇴임했다. 박 대통령도 예외 없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잠시 비난을 접고 대통령제의 문제점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청와대 한 곳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있을 박 대통령께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발생했을 때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한 야권은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이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고 김종인·손학규 등 몇몇 인사가 거국 중립 내각 총리로 거론되자,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설거지론을 이야기하며 거국 중립 내각 안을 거부했다. 현 정권이 분탕질한 뒤처리를 맡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야당의 역할을 견제로 인식하는 대통령제 문화의 한 단면이고 협치가 불가능 한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의 발로다. 야당이 설거지를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당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해야 하는 것이 수권 정당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였다면 내각 불신임과 국회 해산이 있었을 것이고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이 새 총리를 내세워 총리 중심으로 국정을 수습할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중 가변형이었다면 국정의 중심이 대통령에서 총리로 바뀔 것이다. 책임 정치의 전형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탄핵과 하야와 같은 헌정 중단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본인이 주장했던 거국 중립 내각의 전제 조건으로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고,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 제청으로 내각을 구성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뒤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헌정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략적 주장으로 해석된다. 혼돈의 시기에 차기 대권을 꿈꾸는 유력 대선 후보라면 타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재인 대표가 대선 전 헌법 개정 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실질적 헌정 중단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주장했던 거국 중립 내각 안을 수용하고, 대선 전 헌법 개정 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야권은 권력의 공백 상태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정시키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헌정 중단이라는 혁명적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국 중립 내각을 즉각 수용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거국 중립 내각 책임 하에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정국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거국 중립 내각을 수용한다는 것은 거국 중립 내각이 국정을 주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야지 박 대통령을 국정 운영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고 국회가 정부를 견제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야기한 비상시국 상황에서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은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정부를 주도하고, 비상 국무회의의 결정을 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것이 최선이다. 박 대통령에게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이 상황에서 국회가 실질적으로 지명한 총리는 국정 운영의 주도자가 되고,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안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다시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나,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그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같은 국정 운영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제기돼 왔던 ‘책임 총리제’의 변형으로 총리의 권한이 강화된 형태가 되는데, 차제에 정치적 배려에 의한 책임 총리제가 아니라 법적·제도적으로 총리의 위상이 보장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반복되는 임기 말 대통령의 비극과 혼란을 종식시키는 길이다. 대통령의 비극, 언제까지 볼 것인가? 국민 모두가 대통령제의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개헌 논의에 동참해야 할 때다.

끝으로 야권의 절제된 모습을 기대하고 박 대통령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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