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화장품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다소 엇갈린 3분기 실적을 받아들었다. 외형적으로는 양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영업익이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모레퍼시픽이 주춤하는 사이 LG생건이 그 뒤를 바짝 쫓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197억원, 매출액은 1조6543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동기 대비 16.7%, 22.9% 증가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외형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면서 그룹 전체 순이익도 뒷걸음질쳤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액 1조4009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675억원으로 2.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당기순이익은 1171억원으로 17.7%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으로 그룹 3분기 당기순이익도 15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 줄었다.
아모레퍼시픽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3년 1분기 6.9% 감소한 뒤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올해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24.4%, 2분기 19.3%의 꾸준한 당기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3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데는 최근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 치약’ 리콜 사태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치약 환불 비용 약 350억원을 충당금 항목에 적용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26일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검출된 아모레퍼시픽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치약’ 등 시중에 유통 중인 11개 모든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성적표는 당초 증권가가 내놓은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분기마다 20%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온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2000억원대 초반이었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4000억원, 영업이익 16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 3% 증가했지만 컨센서스 2197억원에 비해서는 하회했다”며 “치약 리콜 비용과 추석선물세트 환입 비용 350억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치약 리콜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적었다”며 “면세점 채널의 성장률 둔화가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치약 환불 사태로 주춤하는 동안 LG생활건강은 3분기에도 견고한 실적을 이어나갔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영업이익이 244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635억원, 당기순이익은 19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7%, 41.2% 신장했다.
이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사드(THAAD) 등의 요인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도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모두 시장 대비 높은 성장을 기록하며 지난 1, 2분기에 이어 3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사 성장 견인에는 럭셔리 화장품 성장이 뒷받침됐다. 화장품사업은 매출 7415억원, 영업이익 1314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5%, 60% 증가했다.
특히 ‘후’, ‘숨’ 등 럭셔리 화장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성장해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이 68%로 높아졌고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후 백화점 매장을 150개로 확대했고, 지난 4월 출시한 숨은 6개 매장을 개점해 연말까지 15개를 목표로 확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공격적인 화장품 사업 확대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공포’ 속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면서도 “4분기 이후에는 중국의 내수 소비 진작 정책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계 면세 채널에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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