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혁신을 내세웠던 포스코 권오준號가 혁신은 커녕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월 포스코는 의식구조·수익구조·사업구조 혁신이라는 3대 혁신을 내건 바 있다. 기존 틀을 깨고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추진 사업들의 수익성을 놓고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으며,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와도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번지며 혁신은 커녕 곤욕만 치루고 있다. 스스로 내걸었던 '혁신'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포스코는 의식구조 혁신을 위해 비윤리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업 문화 개선에 속도를 냈다. 이는 포스코가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은 물론 고위 임원진들의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예전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앞에서 의식구조 혁신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뒤에서는 최순실씨가 소유하고 있는 더블루K로부터 스포츠단(배드민턴단) 창단을 요구받는 등 외압에 흔들렸다.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기부금 명목으로 총 49억 원을 출연하기도 한 것.
특히 스포츠단 창단 외압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개입 의혹마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스포츠단 창단 요구를 거절했기에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부분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과거에도 수차례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져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혁신은 요원한 상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수익구조·사업구조 혁신을 위해 파이넥스 공법 수출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쇳물 생산방법인 용광로 방식을 대체하는 기술로, 원료를 예비처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쇳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파이넥스가 오히려 대형 고로 대비 생산 원가가 높고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와, 시장 내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 놓인 것. 지난해 9월 공개된 포스코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해당 문건은 파이넥스에 대해 "대형 고로를 대체한다는 명분 아래 객관적, 합리적 검토없이 추진해 온 과대포장 아이템"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로 대비 제품 톤당 원가도 높고 대형고로 생산성의 80%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현재 파이넥스는 중국 국영기업인 충칭강철, 인도 민영 철강사 우땀갈바메탈릭, 이란 철강사 PKP 등에 수출이 이뤄지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10조원 이상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 파이넥스 기술이 그 실효성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포스코가 혁신을 이루기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도 혁신을 내세웠던 파이넥스 공법이 시장에서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이넥스가 혁신적인 기술이라면 전세계에 확 퍼졌을텐데, 해외에서 적용된다는 말만 있고 구체적으로 실행된 사례는 없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만 포스코가 3기를 운영했고, 실제 사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용하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기보다 다음단계에 이를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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