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집회, 자원봉사단 활약 눈에 띄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정은하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19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다시 모였다. 지난 달 29일, 11월 5일, 12일에 이어 4번째 집회다.
주최 측 추산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던 지난 주말보다는 인원이 줄었지만, 이번 촛불 집회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 다발로 열렸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집회 현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 연인들 그리고 나홀로 집회 참석한 ‘혼참러’ 등 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 ‘이게 나라냐’, ‘하야 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아내와 딸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40대 중반의 박모 씨(서대문구 거주)는 “시민들이 이 정도로 민심을 보여주면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을 하면 많은 절차들이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면 임기를 거의 다 채우게 될 수도 있다.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여러 정당들이 합의한 새로운 총리를 세우고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역할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언제까지 국민들이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면 않으면 탄핵을 해야 하는데, 새누리당 의원들 30여명 정도가 찬성해야 한다. 이것을 이끌어 낼만한 협상력이 야당에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김모 씨(55·여·경기도 가평)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박 대통령이 하는 행동을 보니까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 올라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국민들 속 그만 썩이고 제발 빨리 물러났으면 좋겠다. 계속 고집 부리면 더 망신을 당할 것”이라며 “밑에 있는 사람들은 잘못하면 옷 벗는데, 대통령은 잘못을 했으면서 왜 버티고 있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옆에 있던 남편 이모 씨(61·남·경기도 가평)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면서 야당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야당도 못 믿겠다”면서 “야당이 대권만 생각하고 제대로 된 역할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찍어줬는데, 이재명과 박원순 같이 적극적인 사람이 내년 대선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며 “지금은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퇴진이 중요한 문제인데, 야당이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자가 꿈이라고 밝힌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양(18·여)은 “원래 기자가 꿈이어서 사회에 관심이 많았는데, 박근혜 대통령 뒤에 이렇게 큰 비리가 있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과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최순실 씨 딸 정유라가 대학 입시 특혜를 받았다는 것 자체에 화가 굉장히 많이 났다”며 “역사책에 나올 사건이 터졌는데 안 오면 후회할 것 같아서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옆에 있던 김모 양(14·여·서울)도 “뉴스를 보면 박근혜, 최순실 이야기만 나오더라”면서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서 광화문 현장에 와서 민심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만 하야하면 나라가 제 자리로 돌아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은 이전 집회 때보다 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박근혜 탄핵 추진위원회’가 주도하는 ‘박근혜 탄핵’ 서명 운동에는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이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특별법’을 촉구하는 서명도 열렸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서는 올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들의 밥값 예산 통과를 위한 서명 운동을 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서는 컵초와 ‘박근혜 즉각 퇴진’이 적힌 피켓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광화문 분향소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 각지 병원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의료지원단의 모습도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31·남)은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의사들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를 많이 느끼고 있다. 헌법이 유린되고 법치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은 메르스 사태 때 응급실에서 싸우면서 국민과 나라를 지켜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나라가 이렇게 어이없게 무너졌다는 것에 분노를 많이 느꼈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의 당략에 치우치지 말고 ‘탄핵’을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응급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과 의료장비들을 준비했다”면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밤 7시 30분이 넘어가자 광화문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까지 민심은 더욱 타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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