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4 - 4당 체제
새누리당이 갈라졌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은 지난 27일 집단 탈당을 발표하고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제20대 국회는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이른바 ‘3당 합당’을 결행한 후 26년 만에 4당 체제로 회귀하게 됐다.
개혁보수신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우선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탈당자가 29명에 그치자 “우리 개혁이 1차 진도를 잘 나간 것이고, 탈당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신분 세탁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김무성 등 주요 책임자는 정계 은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거짓말로 국민들께 홍보한 사람은 절대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며 각을 세웠다.
반면 개혁보수신당이 ‘보수 혁신’의 숙원을 이룰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일-색깔론-특권과 반칙의 기득권-영남 패권정치를 끝내고 자기책임성, 애국심에 기초한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개척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개혁이라 스스로 표방했으니 그간 우리 사회를 가로막아온 몇 가지에 관해 확실히 입장을 정리하면 우리 정치권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새누리당 분당이 현실화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친박계와는 선을 그었던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과 연대, 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경쟁에 나설 경우 개혁보수신당의 파괴력은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 - 제3지대
국민의당이 지난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주승용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 러닝메이트인 조배숙 의원을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선출했다. 각각 전남 여수와 전북 익산을 지역구로 하는 주 의원과 조 의원은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비문세력과 우리당은 언젠간 함께해야 할 세력”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하나로 모을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이른바 ‘제3지대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를 밝혔다. 또 민주당 비문세력을 ‘저의 고향’으로,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같은 집안의 동생’으로 지칭하면서 연관성을 강조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 당선으로 국민의당의 호남 색채가 더 강해져 ‘제3지대 연대`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개혁보수신당 입장에서 ‘호남 정당’ 이미지가 강한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 이를 의식한 듯 주 원내대표는 “호남당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0 - 구성 불가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지난 29일 공식 출범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인 비대위원장을 만장일치 추대했다. 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며 전방위적 당 개혁을 시사했다.
그러나 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우선 과연 친박계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인 비대위원장의 개혁 정책에 순응할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인 위원장 체제 출범에 발맞춰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조차 지도부 사퇴를 거부하며 당권 욕심을 드러내온 친박계가 인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동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비대위 구성조차 어렵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인 비대위원장은 “더 급하고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다”고 비대위 구성 연기 사유를 밝혔으나, 지난 29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원내 인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외부 인사로 비대위를 꾸리겠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외부 인사들이 제의를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여전한 지금, ‘친박당’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새누리당의 비대위원 자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