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제일 무능하다” 한 목소리…“경제 너무 어려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 ‘100만 촛불시위’….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지나고 다시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돌아왔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가운데 선거철이면 반드시 들러야 할 정치 1번지인 시장에서 서울민심을 들어봤다.
하루 오가는 사람만 40만명, 일하는 사람만 5만 여명인 서울 대표 시장인 남대문 시장에서 <시사오늘>이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들어본 서울민심은 대체로 ‘싸늘’했다. 정권교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높았다.
지지율 순위에 상관없이 대선주자들에 대한 혹평도 이어졌다. 현재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뿐만 아니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반면 야권 대선주자들 중 젊은 축에 속하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서는 호평했다. ‘젋은 사람’이 나라를 바꿔야 한다며 탄핵 정국 속 ‘사이다 발언’을 했던 이 시장과 ‘노무현의 적자’ 안 지사를 주목했다.
설 차례상 준비를 위해 남대문 시장에 왔다는 홍현희씨(여‧49세‧서울 만리동 거주)는 정권교체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씨는 “내가 최순실 때문에 촛불집회에도 참석한 사람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꼭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나 새누리당에서 나온 바른정당이나 다 이 사태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다신 모든 선거에서 절대로 새누리당을 뽑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속은 것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럼 야권 대선 후보 중 눈여겨보는 대선주자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도 나온 인물이라 이번엔 새로운 사람을 뽑고 싶다. 특히 촛불집회에서 사이다 발언을 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에 관심이 많다”며 “답답했던 내 속을 가장 시원하게 해준 정치인이다”라며 이 시장을 향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내와 설 준비를 위해 시장에 왔다는 최 씨(남‧62세‧서울 상왕십리동 거주)는 “박근혜 탄핵은 완벽하게 국민이 해낸 것이다. 정치권이 한 일은 탄핵안 가결밖에 한 것이 더 있느냐”며 “촛불집회가 시작되니 야당이 나오기 시작한 것일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있어 정치인들이 한 일이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이어 “안철수만 하더라도 새 정치를 한다고 했으나 본인 당도 지금 제대로 다독이지 못하고 있고, 문재인은 자기가 지금 대통령이라도 된 것 같다”며 “나는 차라리 이재명이나 안희정, 박원순한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배달하나는 유진수씨(남‧37세‧서울 은평구 거주)도 “문재인이나 안철수 보다는 이재명이나 박원순을 뽑을거다”라며 “이 시장과 박 시장이 실시한 청년배당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됐으면 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 씨는 “경제가 이 정도로 나빠졌는데 수습하는 정치인도 한명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에서 경제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며 “그래도 이재명과 박원순은 시정 경험이 있으니 보다 실질적인 정치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친정엄마와 구경을 왔다는 박 모씨(여‧29세‧서울 장충동 거주)는 “이재명이나 안희정을 뽑을 생각이다. 그동안 대통령은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이 해야하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이젠 젊은 사람이 대통령을 해 나라를 제대로 바꿔야 한다”며 “촛불집회 참석했던 이유도 박근혜를 탄핵시키기 위함이었지만, 그것보다 이 나라에서 살기 워낙 어려워 나라를 좀 바꾸자는 생각으로 참석한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우리 목소리를 그래도 가장 귀 기울여 준 사람이 이재명 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들도 물론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개혁적인 의지가 강하고 국민과 소통을 잘 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쓴 소리가 이어졌다.
어묵가게 앞에서 만난 정 씨는(42세‧남‧서울 상계동거주) “반기문씨가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유엔 사무총장 했던 경험으로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유엔 사무총장자리에 있으면서도 사무총장으로서 제대로 한 것이 없지 않느냐”며 “외국에서 그것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좋은 곳에 있던 분이 10년만에 한국에 와서 정치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알아서 바꿀 수 있겠나. 반기문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없다”며 반 전 총장을 비난했다.
서울 성수동에 거주한다는 이 모씨(34세‧여)도 “나는 노무현 지지자였기 때문에 반기문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비난 여론이 일자 봉하 마을에 간 것을 보고 정말 최악이라고 느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반기문이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힐난했다.
한편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정책’과 ‘국민과 소통능력’을 꼽았다.
신세계 백화점 입구에서 만난 노지은씨(57세‧여‧서울 한남동 거주)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이유에는 야권 대선주자들을 보려는 것도 있었다. 야권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을 선택할 것인데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음을 공감하는지 알고 싶었다.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이 이제는 국민의 요구를 얼마나 알고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고 뽑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장상인 하 모씨(45세‧남)도 “박근혜한테 그렇게 당했는데 이번에 또 당할 순 없다. 언론에서도 꼭 제대로 검증해달라. 하나하나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제대로 된 사람 뽑고 싶다. 정책적으로도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다는 우리 세금이 쓰일 수 있는 곳에 제대로 쓰는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이를 해결해주는 사람은 없지 않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 절실하다”며 경제정책을 근거로 대통령을 뽑을 것임을 내비쳤다.
시장 안에서 만난 박인선(64세‧여‧서울 장충동 거주)씨는 “지난 대선엔 그동안 하도 남자만 대통령을 하길래 여자 대통령도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줬음 하는 마음에 박근혜를 뽑았다. 그런데 이번엔 인물이나 유명한 걸 보고 뽑지 않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 그것만 보고 뽑을 거다. 손자들이 있는데 그 애들이 먹고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그래서 정책도 꼼꼼히 살필 것이다”라며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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