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이번 설 연휴는 무척 짧다. 대체휴무마저 없었다면 눈물이 났을 지 모른다. 그래서 쉽고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준비했다. 다음은 <시사오늘>기자가 직접 읽고 뽑은 명절 연휴 추천 도서 목록이다.
남의 일이지만 남일 같지 않은 일본 시골 풍경…<무코다 이발소>
따뜻함이 가미된 유머와 강렬한 캐릭터로 한국에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 나왔다. 탄광도시로 번성했다가 쇠락한 한 북해도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또 다시 휴머니즘과 시트콤 같은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골마을 도미자와의 이발사 무코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섯 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어느 새 작은 마을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 이야긴데 어쩐지 한국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현실과 많이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환상을 짜 넣는 작가의 솜씨는 거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단편 하나를 읽고 한참 쉬다 읽어도 괜찮고, 무겁지 않게 술술 읽힌다. 명절 마지막 날 쯤 머리를 식힐 겸 읽기 좋은 책.
<무코다 이발소>|오쿠다 히데오 지음|김난주 옮김 |북로드
인류의 진보에 관한 최고급 격론…<사피엔스의 미래>
명절에도 지적 탐구심을 꺼뜨리기 어려운 이라면, 추천할만한 토론집이 있다.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이라는 이시대 최고의 지성 네 사람이 2:2로 토론 배틀을 벌였다.
<사피엔스의 미래>는 지적 경연 '멍크 디베이트'에서 네 사람이 격돌한 기록지다. 멍크 디베이트는 캐나다의 금광 재벌 피터 멍크가 2008년부터 열어온 행사로, 당대의 가장 첨예한 질문을 다룬다. 이번 질문은 '인류는 진보하는가'라는 명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의 전투였다.
옮긴이의 말만 읽어도 내용을 요약해서 볼 수는 있지만, 현 시대 최고 지성들이 맞붙은 토론장을 엿보는 쾌감은 상상 이상이다. 읽고 난 뒤의 생각은 독자 몫이지만, 토론 기록지니 만큼 금방 읽힌다. 토론 전의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매년 똑같은 명절을 맞는다면 한번 쯤 고민해보라. 인류는 진보하는가.
<사피엔스의 미래>|전병근 옮김|모던아카이브
다시 시(詩)가 끌리는 때(時)가 왔다면 …<시를 잊은 그대에게>
명절을 앞두고 종영된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시를 읊조리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서점에서 관련 시집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래서 시를 한편 읽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인기 시집을 읽어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이에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추천한다.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만큼, 자신의 감수성이 부족해서 공감을 못할까 하는 걱정은 내려놓으시라. 저자는 12개의 장, 30편의 시를 곁들인 강연을 통해 본인도 있는 줄 몰랐던 감성을 깨워놓는다. 다만 아주 쉽게 읽게 해주진 않는다. 설명은 친절하나 조금은 아리송한 구석이 있을 수 있어 정독(精讀)이 필요하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지음|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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