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이제 막 끝내 새롭게 도약하려는 롯데그룹에 '사드 후폭풍'이라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중국 정부의 롯데 보복은 어느정도 예견돼 왔다. 롯데는 요우커 유입에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 하면서도 관광객 지키기에 힘써왔다.
그러나 최근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체결을 확정 지으면서 중국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로 어제(2일)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와 인터넷면세점 사이트가 해킹 공격된 것과 관련해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중국 업체들이 롯데 매장에서 진열상품을 철수하고 제휴 협력 취소가 잇따랐다.
이뿐만이 아니라 롯데제품을 소각하고 한국 상품 판매를 중지하는 등의 강경한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관련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 상장사 중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 3곳의 시가총액은 최근 3거래일 사이 1조1211억 원이 빠져 나갔다.
대표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주가는 11.2%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계열사 중 중국 매출 의존도가 가장 큰 곳이다. 같은 기간 롯데제과는 6.6%, 롯데칠성은 4.2% 각각 내렸다. 현재 중국 내 롯데 유통 계열사는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가 운영되고 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한국행 관광 규제가 본격화 될 경우,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계열사는 롯데면세점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시내면세점 매출 가운데 무려 80%가 중국인 관광객 덕분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인터넷 홈페이지가 중국으로부터의 공격이 맞다면 향후 면세점을 향한 '반(反)감'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롯데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중국 정부의 보복이 계속되면 영업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기인사 직후 사드 보복에 당황…정부 책임론 커질까
이런 상황에 롯데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롯데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마친 지 일주일 채 지나지 않았다. 롯데의 새로운 경영진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도 전에 사드 후폭풍을 대비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롯데 측은 지난달 벌어진 중국 현지 롯데슈퍼 일부 철수와 롯데월드 공사 중단 등의 사건을 두고 사드 보복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부지 제공이 확정된 후에는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현재도 롯데 내부적으로는 사드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중국의 보복에 뚜렷한 대응책이 없을 뿐더러 자칫 잘못하다가는 더 큰 문제로 커질 우려에서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로썬 사드 보복 문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영진에서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롯데를 겨냥한 보복성이 지속되자 기업 차원을 벗어나 '정부책임론'도 강조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날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며 "우리 당은 사드배치의 졸속 추진도 반대하지만 이를 빌미로 도를 넘고 있는, 대국답지 않은 중국의 태도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역시 "한중 우호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다시 한번 지적한다"며 "사드는 사드고, 교류협력은 교류협력이다. 지나친 경제보복은 G2 국가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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