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위치한 박근혜 캠프의 한 인사가 기자에게 “최종 결정은 우리가 아닌 삼성동 캠프에서 한다”라는 말을 던졌다.
그 때는 그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사실 유력 대선주자가 꼭 공식 캠프 사람들 얘기만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쪽 사람들 얘기를 참고하는 수준이지 실질적인 결정은 그래도 여의도 캠프에서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0년 뒤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당시 생각이 짧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20일 기자는 금융권에도 ‘최순실’과 같은 비선 실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신한금융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일본에서 나온다’라는 것.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달 15일부터 2박3일 동안 조용병 차기 지주 회장 내정자와 위성호 신임 신한은행장을 대동, 일본 도쿄와 오사카로 날아가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충성 서약을 하러 간 게 아니냐’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현재 신한금융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 BNP파리바 등이다. 하지만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한 재일교포 일부 소액주주 집단이 경영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특히 회장·은행장 인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한다는 얘기까지 파다하다.
이들 소액주주 집단의 보유 지분은 전체의 15~20%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러 명이 낮은 비중으로 주식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어떠한 청와대 직함도 가지지 않았기에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권력을 휘둘렀던 최순실 얘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신한금융이 그 동안 재일교포 주주들과 관련해 보여 온 행태는 빨리 청산해야 한다. 물론, 신한금융이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그토록 특별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 증권 등 38개 계열사에 2만5000여명 직원을 거느린 대형 금융그룹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모든 걸 투명하고 당당하게 해야 한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 ‘잘 해 보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신한금융은 박근혜 탄핵 사태와 관련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승승장구하던 박 전 대통령과 그 세력들은 탄핵은 꿈에서라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그런데 조만간 조용병 내정자에게 자리를 넘길 한동우 회장은 퇴임 이후의 계획에 대해 “앞으로 고문으로 있으면서 교포 주주들이 어떤 점을 걱정하시는지를 후임자에게 조언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일본을 자주 오가면서 알아 둔 좋은 휴양지와 맛집을 가족들과 천천히 둘러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수뇌부가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좌우명 :